[분수대] 셔틀(shuttle)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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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일 정상이 김포~하네다(羽田) 간에 개설키로 합의해 화제가 된 '셔틀(shuttle)'은 원래 '베틀의 북'을 뜻한다. 중세에는 shittle로 불리다 14세기 이후 shuttle로 굳어졌다고 한다.

동사로는 '(북처럼)좌우로 움직이다'는 뜻이다. 이것이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가까운 거리를 수시로 왕복하는 교통편을 지칭하게 된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는 호텔.병원.공공시설 등이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한정된 지역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가리킨다. 이에 비해 지상과 우주는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인데도 '왔다갔다 한다'는 뜻을 강조해서인지 우주 왕복선을 '스페이스 셔틀'로 부른다.

항공기에 셔틀 개념을 처음 도입한 곳은 1960년대 미국이다. 뉴욕.워싱턴.보스턴 간에 매시간 비행기를 띄웠다. 처음엔 비행기의 고유번호인 편명(便名)도 없었다. 승객이 넘치면 수시로 증편하기도 했다. 지금도 언제든지 공항에 나가면 예약없이 비행기를 탈 수 있다. 마치 시외버스를 타는 식이다.

이웃나라끼리 뜻이 맞으면 국제노선에도 셔틀이 뜬다. 모범사례가 미국과 캐나다다. 시애틀~밴쿠버 등 여러 노선에서 셔틀편이 오가고 있다. 아시아에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를 잇는 노선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국제노선의 경우 비행기만 자주 띄운다고 셔틀이 되는 게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입국심사다. 공항에 내린 뒤 입국심사를 받느라 줄을 늘어서면 시간을 크게 절약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사전 입국심사다. 자국 심사관을 상대국에 파견해 탑승 전 입국심사를 하는 것이다. 승객은 모두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탑승한다. 공항에 내려 짐만 찾아 나오면 된다.

1974년 이를 처음 실시한 곳 역시 미국과 캐나다다. 이에 따라 미국은 캐나다의 7개 도시에 자국 심사관을 파견해 입국심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항공편을 이용해 한국과 일본을 오간 사람은 7백72만명에 달한다. 김포~하네다 셔틀이 취항하면 왕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베틀의 북이 밑실을 이어 직물을 짜내듯 셔틀도 한.일 민간교류를 촘촘히 짜주기 바란다면 너무 성급한 기대일까.

남윤호 정책기획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