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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 6000원 하는 우유 뭐가 다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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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높아지는 ‘개인 목장’ 우유·유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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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단일 목장 원유를 저온살균
젖소 방목해 유기농·무항생제 인증
유통기한도 짧아…맛·신선도 강점

우유 소비량은 줄고 있지만 프리미엄 유제품 시장은 오히려 성장하는 추세다. 과일이나 채소처럼 우유·치즈·버터 등 원산지를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목장에서 나는 유제품인 ‘성이시돌 목장 요거트’ ‘유레카 목장 버터’가 이제 더는 낯설지 않다.

2008년 매일유업 ‘상하목장’이 원조

직장인 김지회(37)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한남동 ‘아티장 베이커스’에 들러 천연 발효빵과 자연 치즈, 버터를 산다. 아티장 베이커리에는 전라남도 영광에 있는 ‘유레카 목장’에서 만들어지는 유제품이 비치돼 있다. 모태성 셰프는 2011년 이곳에 베이커리를 열면서 판매하는 빵에 어울릴 만한 우유와 버터를 찾다가 청보리를 먹고 자란 젖소의 원유로 만드는 유레카 목장 제품을 선택했다. 풍부하고 고소한 맛 때문이다.

 박재훈 신세계백화점 가공식품 바이어는 개인 목장에서 나는 유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디자인이 예뻐서 호기심에 샀다가 재구매를 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대기업 제품보다 유통기한이 짧아서 신선하고 맛있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목장 우유의 원조는 2008년 등장한 매일유업의 ‘상하목장’ 우유다. 전북 고창의 유기농 목장 14곳에서 공급하는 원유로 만든다.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강성원 우유’는 건초와 지하수를 먹고 자란 소의 원유를 쓰며 무항생제 인증 마크를 획득했다. 풀무원에서 출시한 ‘우유의 시간이 만든 자연치즈’는 전북 임실에 위치한 풀무원 목장에 의뢰해 1A등급 무항생제 원유로 만든다.

최근엔 대기업보다 개인 목장 대세

최근에는 대기업 우유가 아닌 소규모 개인 목장에서 나는 우유를 판매하는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범산 목장’의 유기농 우유 브랜드 ‘오밀크’는 현재 현대·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 납품된다. 범산목장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국내 1호 환경친화축산농장 인증을 받았다.

한남동의 유명 디저트 전문점 ‘패션 파이브’에서는 ‘설목장’의 유제품을 판매한다. 강원도 평창에 있는 설목장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국내 1호 유기낙농 인증을 받은 곳으로 해발 1000m에 위치한 대관령 청정지역에서 자란 젖소의 우유를 매일 새벽 짜내서 고온살균한 후 병에 담아 당일 출고한다.

 아티장 베이커스, 상수동 쿄 베이커리, 군산 이성당 등 인기 빵집에서 판매하는 유제품은 ‘유레카 목장’의 것이다. 1997년 귀농해 목장을 운영하다 2011년부터 유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유레카 목장의 김수영 대표는 “남는 우유로 가공품을 만드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주문을 받은 후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SSG 청담·목동점은 제주도 ‘성이시돌 목장’과 함께 개발한 우유와 그릭 요거트를 판매한다. 이 목장의 소는 제주도 약 450㎡(150만 평) 청정 지대에서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유기농 건초와 화산암반수를 먹고 자란다.

사육 환경 좋아 젖소가 행복한 우유

개인 목장에서 나는 우유와 유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신선함이다. 일반 우유보다 유통기한이 짧다. 아무리 길어도 유통기한이 일주일 이상을 넘기지 않는다.

 이런 제품들은 대부분 농림축산식품부가 수여하는 유기농 인증과 무항생제 인증,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에서 발급한 식품 위생 인증(HACCP),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친환경 농산물인증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증 마크를 획득했다.

 여러 목장의 우유를 쓰는 대기업 제품과 달리 대부분 단일 목장의 원유만 쓴다. 대부분 저온에서 30분 살균하는 특수 기술로 가공한다. 2초간 고온살균하면 가공 시간은 단축할 수 있지만 영양분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원유의 질을 결정하는 건 젖소의 상태와 사육 환경이고, 스트레스 받지 않은 소에서 나온 우유가 맛있다는 점 때문에 스트레스가 덜하도록 넓은 목초지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개인 목장에서 나는 우유는 일반 대기업 우유보다 비싸다. 일반 우유들이 1L에 3000원대, 목장 우유는 5000~6000원대로 약 두 배 정도다. 유제품의 경우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일곱 배까지 차이가 난다.

 목장에서 나오는 검증된 프리미엄 유제품을 찾는 사람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박재훈 바이어는 “수입 유제품이 늘면서 국산 유제품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신선도 면에서는 국내 목장에서 나는 유제품이 훨씬 앞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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