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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캠퍼스, 엄마들 공부 열기 뜨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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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구글이 아시아에서 처음 만든 창업지원센터 ‘구글 캠퍼스 서울’이 문을 연 지 100일이 지났다. 넓은 카페와 쾌적한 회의실, 칸막이 없이 공간을 공유하는 스타트업들과 엑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벤처캐피털…. ‘서울 속 작은 구글’처럼 꾸며진 캠퍼스 서울에선 이제까지 170여 차례의 강연·네트워크 행사가 열렸고, 64개국에서 1만4800명이 다녀갔다. 특히 등록회원(7200명) 중 27%가 여성이다.

 17일 서울 삼성역 인근 오토웨이타워 지하 2층 캠퍼스 서울에서 임정민(40·사진) 총괄을 만났다. KAIST와 스탠퍼드대(석사)를 졸업한 임 총괄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실무부터 시작해 벤처투자가(소프트뱅크벤처스)를 거쳐 직접 소셜게임업체 로켓오즈를 창업했고, 이를 애니팡 개발사에 매각하며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서울에 창업지원기관이 부쩍 늘었다. 캠퍼스 서울의 차별점은.

 “스타트업 성공사례가 더 자주 생기려면 결국은 생태계가 탄탄해야 한다. 창업가 뿐만 아니라 국내외 투자자·해외창업가·정부·언론·학교 등이 한국의 스타트업과 강하게 연결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해외 창업가들이 캠퍼스 서울을 많이 찾아와서 국내 스타트업들에게 많은 자극을 주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

 -여성 창업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혁신은 다양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나스닥 상장 기업중 직원 중 여성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시가총액이 30% 이상 더 높고, 영업이익도 더 높다. 한국이 더 큰 혁신을 이루려면 여성 창업자가 더 늘어야 한다. 지난 7월말부터 3주간 ‘엄마를 위한 캠퍼스’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열의가 뜨거웠다. 교육기간에 보육도우미를 뒀다.”

 -중국도 창업 열기가 뜨겁고, 규모 역시 거대하다.

 “중국이나 실리콘밸리에선 고학력 창업자, 여성 창업자들이 많다. 특히 중국 창업가들은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다는 마인드가 아주 강하다. 시장 규모의 차이도 있지만, 산업 간 융합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고방식의 힘도 크다. 우리가 잘하지 못했던 드론이나 핀테크 같 은 영역에서 중국 창업가들이 더 혁신적이고 더 자유로운 시도를 많이 한다.”

 -정부의 역할이 있다면.

 “화웨이나 샤오미같은 중국 핵심 기업들에는 2000년대 초반 노키아·모토롤라에서 일하다가 본국으로 돌아간 인재들이 많다. 우리 정부도 해외에 나가있는 고급인력들을 어떻게 한국에 다시 끌어들여 기술혁신에 기여하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국내에선 창업해도 엑시트하기가 쉽지 않다.

 “100억원 이상 규모의 M&A(인수합병)가 부족하다. 현금 보유고가 많은 기업이 없다. 해외 투자자들이 더 많이 들어와야 한다. 해외의 유명한 벤처캐피털들이 중국에는 오피스를 열었지만, 서울엔 없다. 왜 그럴까. 해외투자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장벽이 높다. 이제까지는 정부가 배에 실어 국내 스타트업을 해외로 내보내는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글로벌 벤처캐피털이라는 ‘8차선 고속도로’를 통해 글로벌 무대로 나가는 길을 유치해야 한다.”

 -벤처투자를 하다가 창업에 뛰어든 이유는.

 “2000년 스탠퍼드대에서 경영공학을 공부하던 때에 스타트업의 매력에 빠졌다. 그때가 미국 벤처버블의 정점이었다. 이후 2000년대 말 다시 창업 러시가 일어나는 걸 보고 ‘이제 창업해야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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