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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닮은 행성으로 가는 우주여행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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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채인택 기자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야외 활동이 잦는 여름철에는 반짝이는 별을 볼 기회가 어느 때보다 많다. 여름밤 쏟아지는 별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인간이 다른 별에 거주할 수 있을까? 외계에 고등생물이 존재할까? 우주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고전적인 의문이다. 이는 오랫동안 인류의 관심사였다. 이런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우주생물학에선 이에 대해 ‘행성 거주 가능성(Planetary Habitability)’이라는 용어를 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09년부터 천문학적·우주생물학적 조건이 지구와 비슷해 거주 가능성이 큰 행성을 찾는 ‘케플러 프로젝트’를 가동해 왔다. 지난 7월 23일 NASA가 발표한 이 프로젝트 사상 최대 성과는 인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케플러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지구와 조건이 가장 가까운 별을 찾았다는 내용이었다.

무슨 의미일까? NASA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으로 ‘케플러-452’라는 항성의 주변을 공전하는 행성 ‘케플러-452b’를 발견했는데, 그 조건이 지구와 놀랍도록 흡사하다는 것이다. 크기와 항성과의 거리, 공전 궤도 등 천문학적인 특성이 지금까지 발견된 행성 중 가장 지구와 가까운 것으로 관측됐다. 크기는 지구의 1.6배 정도며 공전주기는 385일로 지구의 365일보다 조금 길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행성과 항성과의 거리가 1억5700만㎞로 지구와 태양 간 거리인 1억5000만㎞와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행성에 생명체가 살 수 있으려면 항성과의 거리가 적당해야 한다. 그래야 표면온도가 적당하고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다. 물이 있어야 생물 존재의 기본적인 생화학 반응이 가능해진다. 이를 충족시킬 만큼 모(母)항성과 적당히 떨어진 구역을 우주생물학에서는 ‘거주가능구역(Habitable Zone)’이라고 부른다. 케플러-452b는 바로 거주가능구역 안에 존재한다. 표면은 암석으로 덮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특이한 것은 모항성인 케플러-452도 태양을 많이 닮았다는 사실이다. 표면 온도도 태양의 섭씨 5580도와 비슷한 것으로 관측됐다. 지름은 태양보다 10% 크고, 20% 더 밝다. 60억 년 전에 생성돼 45억 년 된 태양보다 더 오래됐다. 이런 조건이라면 온도도 적합하고 물이 존재할 가능성도 크다. 생물이 존재할 조건에 다가간다. 잘하면 인간도 살 수 있다는 기대를 주기에 충분하다. 우주의 행성에 생물이 서식하거나 인간이 가서 거주할 수 있으려면 물리학적·화학적·생물학적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 조건에 대해 미 항공우주국(NASA)은 “복잡한 유기 분자가 결합하기에 적합하도록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물질대사를 가능케 해주는 에너지원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요약한다. 이는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한 기본 조건이기도 하다.

문제는 케플러-452b가 지구에서 무려 1400광년, 빛의 속도로 1400년을 가야 하는 거리인 백조 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인류는 아직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따라서 얼마나 먼 거리인지 가늠이 쉽지 않다. 이를 미터법으로 표시하면 1경3254조㎞나 된다. 이 역시 감이 잡히지 않는다. 지금 존재하는 비행체의 비행시간으로 환산해 봐야 어느 정도 거리인지 파악할 수 있다. 인류가 구현한 가장 빠른 시속 5만9000km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우주공간을 비행한 뉴 허라이즌스 우주선을 이용해도 2699만 년이 걸리는 거리다. 한마디로 아직은 꿈에서나 이주할 수 있는 머나먼 곳에 있는 것이다.

인간이 핵전쟁이나 환경 오염 등으로 지구에서 살 수 없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면 태양계에서 그나마 조건이 괜찮은 곳이 화성이다. 화성은 표면 온도가 영하 140도까지 떨어지는 극지도 있지만 가장 높은 곳은 20도까지 올라간다. 대부분 극지의 얼음이지만 물도 상당수 있다.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인데 약간의 질소와 아르곤, 수증기가 포함돼 있어 호흡할 수는 없다. 화성은 지름이 지구의 절반 정도라 중력이 약해 대기권이 아주 얇고 액체 상태의 물이 금방 증발한다. 이 때문에 바다가 없으며 다만 과거에 있었던 흔적만 남아 있다. 표면은 암반으로만 이뤄져 있다. 공전 주기가 686.98일이어서 1년이 지구의 2년에 가깝다. 축이 기울어져 있어 사계절이 있는데 계절의 길이도 지구의 2배다. 자전 주기는 24시간 39분이어서 지구와 비슷하다. 지구에서 보급만 충분히 받으며 인간이 거주할 수도 있다.

인류는 끊임없이 자연을 정복해 왔다. 앞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끈질긴 과학적 탐구를 거치면 이를 활용해 몇천만 년은 걸리지 않는 비교적 짧은 여행으로 지구 사촌 별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주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가까운 화성에 인류의 식민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여름밤, 야외에 나갔다가 밤하늘의 별을 만나면 우주로 이주하는 꿈도 함께 꾸어 보자. 이제는 일상이 된 자동차도, 비행기도 모두 꿈에서 시작하지 않았던가. 특히 요즘 세계적인 억만장자들이 우주 개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도 우주로 눈을 돌려보자.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용어 설명>

◇항성=우리가 사는 태양계의 태양과 같이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을 가리킨다. 발생하는 빛과 열로 주변을 도는 행성에 거의 영구적인 에너지를 공급한다. 케플러-452는 항성인 태양에 해당하며

◇행성=태양계의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등 항성인 태양 주변을 도는 별을 가리킨다. 지구와 가장 닮았다는 케플러-452b는 항성인 케플러-452b의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다. b는 해당 항성에서 둘째로 가까운 행성이라는 뜻이다.

◇케플러 프로젝트=우주에서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행성을 찾아내는 나사의 프로젝트다. 태양과 같은 항성의 주변을 여러 행성이 따라서 공전하는 ‘행성 공전 법칙’을 처음 발견한 17세기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이름에서 따왔다. 대기권 밖 ‘케플러 우주망원경’과 지상 관측장비를 통해 지금까지 4696개의 행성 ‘후보’를 찾아냈다. 이중 1030개가 행성으로 확인됐다. 나사는 지름이 지구의 1~2배의 범위에 있으며 항성으로부터의 거리인 ‘거주가능구역’에서 공전하는 ‘지구형 행성’ 12개를 찾아냈다. 이 중 행성 크기 등 특성이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케플러-452b를 포함해 9개에 이른다.

◇뉴 허라이즌스(New Horizons)=나사가 2006년 1월19일 발사한 무인 탐사우주선이다. 지난 7월14일 인류 최초로 명왕성과 그 위성인 카론·히드라·닉스·케르베로스·스틱스를 근접 통과했다. 지금은 태양계 외곽 천체를 탐사하고 있다. 발사 당시 지구 탈출 속도가 초속 16.26 km, 즉 시속 5만9000km를 기록했다. 이로써 인류가 만든 물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지구를 탈출한 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