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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빗자루로 때려 숨지게 한 60대, 살인 무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남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여성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임모(65·여)씨는 지난해 9월 10일 오전 집에서 남편 A씨(당시 71세)가 내연녀를 만나러 간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했다. 임씨는 부엌에 있던 프라이팬으로 A씨의 머리와 얼굴, 팔, 다리 등 전신을 때리기 시작했다. 프라이팬 손잡이가 부러지자 집 안에 있는 효자손, 플라스틱 빗자루 등으로 A씨를 계속 폭행했다.

오전 10시30분쯤 시집간 딸이 찾아오자 구타를 잠시 멈췄지만 1시간 후 딸이 돌아가자 부러진 나무의자로 다시 A씨의 온몸을 때렸다. A씨는 5시간여 동안 아내에게 맞다가 이날 오후 1시55분쯤 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숨졌다. 앞서 2011년부터 A씨와 외도 문제로 자주 다퉈온 임씨는 우울증 진단을 받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임씨에게 남편을 살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가 숨지기 열흘 전에도 A씨를 심하게 폭행해 두피 봉합 수술이 필요했는데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채 퇴원시켰다. A씨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사건 당일 A씨를 계속 때렸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2심인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김용빈)는 “살인의 고의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임씨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고법 재판부는 “임씨가 살인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다치게 할 의도만 있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며 “임씨가 사용한 프라이팬, 효자손, 빗자루 등은 사람에게 치명상을 입힐 정도의 물건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제시했다. “A씨에게 발라줄 연고나 약을 사오라고 딸에게 부탁하기도 했다”는 점도 살인 혐의 무죄의 근거로 들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oe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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