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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광복 70주년 … 주목! 이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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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한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번 주에 새로 나온 역사 관련 서적도 마찬가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에 앞서 해방공간, 일제강점기, 대한제국과 조선시대, 그리고 일제가 왜곡한 한반도 고대사에까지 눈을 돌려 그 현재형 의미를 되묻는다. 한반도의 격동기는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사의 흐름과 맞물려 펼쳐졌다. 같은 사건, 같은 인물일지라도 저자에 따라 차이가 나는 다양한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근대 조선과 일본(조경달 지음, 최덕수 옮김, 열린책들, 320쪽, 1만5000원)=재일동포 사학자인 저자는 서구식 근대화에 대한 조선과 일본의 대응이 달랐던 이유를 정치문화, 특히 유교의 활용방식에서 찾는다. 유교가 통치수단에 그친 일본과 달리 조선에서는 통치원리로 깊숙이 자리했고, 집권세력의 개혁만 아니라 동학·의병 등 민중봉기도 유교적 민본주의를 이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조선 근대사 서술에 당시 조선을 바라보던 일본의 시각을 곁들여 한층 입체적으로 읽힌다.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이덕일 지음, 만권당, 392쪽, 1만8000원)=일제가 뿌려 놓은 식민사관의 씨앗, 특히 고대사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지금도 국내 사학계에서 세력을 떨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인식이다. 그 현재형의 사례로서 동북아역사지도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한 작업이면서도 동북공정의 관점을 추종했다는 것이다. 역사학계의 문제점들을 질타해온 저자의 어조는 직설적이다. 역사 인식이 얼마나 뜨거운 문제인지를 확실하게 전해준다.

사랑할 때와 죽을 때(원희복 지음, 공명, 320쪽, 1만7000원)=기억되어 마땅하지만 그렇지 못한 항일투사가 한둘은 아닐 터. 이 책의 주인공인 김찬과 그의 중국인 아내 도개손도 그렇다. 부부는 공산주의자로 항일운동에 투신했다가 20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이들에 대해 10년 전 처음 알게 된 저자는 그 흔적을 다양한 사료를 통해 더듬어간다. 낭만적인 책 제목과 달리 둘의 운명은 기구하다. 일제의 첩자로 몰려 중국에서 함께 총살됐다 80년대에야 복권됐다.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김정인 지음, 책과함께, 408쪽, 2만2000원)=이 책은 한반도의 19세기 후반을 민주주의 태동기로 바라본다. 동학·천도교의 대안적 공동체, 농민항쟁의 조세정의 요구 등을 이같은 시각에서 풀이한다. 특히 독립협회의 활동에서 보듯, 도시를 중심으로 자발적 결사체와 집회가 대중화된 면면으로 당대의 역동성을 전한다. 3·1운동은 더 의미가 크다. 이후 상해임시정부를 비롯, 입헌군주제·민주공화제가 대두했다. ‘독립운동=민주주의운동’이란 게 저자의 주장이다.

조선정벌(이상각 지음, 유리창, 384쪽, 1만8000원)=일제의 한반도 강점에 명분을 제공하고, 그 실행에 앞장선 일본인 15명의 열전이다. 일찌감치 정한론을 부르짖은 요시다 쇼인, 일본 근대화의 선구자인 동시에 제국주의를 비호했던 후쿠자와 유키지 등의 주장과 삶을 통해 당시 일본의 시대적 흐름을 조망할 수 있다. 조선 미술품에 매료된 야나기 무네요시, 조선인 사상범을 변론한 변호사 후세 다쓰지 등 또 다른 일본인들의 이야기도 부록으로 실었다.

해방 후 3년(조한성 지음, 생각정원, 360쪽, 1만6000원)=광복 이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출범까지 3년의 격동기를 여운형·박헌영·송진우·김일성·이승만·김구·김규식 등 정치 지도자 7인의 행적을 통해 조명한다. 해방 정국에서 이들이 꿈꾸던 바는 무엇이었는지, 왜 실패를 겪고 어떻게 한계를 드러냈는지 비판적 시각에서 서술했다. 비판의 잣대는 한반도에서 독립된 단일 국가를 실현하려던 시대적 과제가 좌절되는 과정으로 모인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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