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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막대기 휘젓고 다니는 개구쟁이 마당 구석구석에서 무얼 했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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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감자꽃
권태응 지음
송진헌 그림, 창비
144쪽, 9000원

농촌의 삶을 모르는 이라 해도 문답 형식의 짤막한 이 시 한 편을 읽고서 농촌의 정경을 떠올릴 수 있을 법하다. 제 키만한 막대기 하나를 들고 집 안팎을 휘젓고 다니는 개구쟁이 어린이가 눈앞에 선하다.

 ‘감자꽃’의 시인이라 불리는 권태응(1918∼51)은 농촌의 자연과 삶을 생동감 넘치는 표현과 호흡으로 그려냈다. 대표작인 ‘감자꽃’과 ‘땅감나무’(토마토)는 농촌의 자연 세계를 어린이의 시선이 그러하듯 안전하고 의심할 여지가 없는 세계로 바라본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감자꽃’ 전문)

 “키가 너무 높으면,/까마귀떼 날아와 따먹을까 봐,/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키가 너무 높으면,/아기들 올라가다 떨어질까 봐,/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땅감나무’ 전문)

 일본 와세다대에서 유학하던 권태응은 1939년 독서회에 참여하며 조선의 독립과 새로운 사회 건설을 논의했다는 이유로 투옥됐다. 형무소에서 폐결핵이 걸려 고향 충주로 돌아온 후 1947년경부터 동시를 창작하기 시작했으며 전쟁 중인 1951년 병세가 악화돼 사망했다. 2005년 독립유공자로 인정돼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김유진 동시인·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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