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자전거도로 무용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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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1일 오후 2시 대전시 중구 대흥동의 '오토바이 골목' 주변. 인도 한쪽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 곳곳엔 자동차가 주차돼 있거나 상인들이 내놓은 각종 상품들이 들어차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시민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에서 5백m쯤 떨어진 충무체육관 부근 자동차 특화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 인도 곳곳이 주차장으로 변해 자전거는 커녕 사람 통행조차 힘들 정도다.

서구 삼천동 유등천변 길은 자전거도로 때문에 인도가 사라졌다. 좁은 인도에 무리하게 자전거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밭대로 양쪽 길은 자전거도로가 있지만 횡단보도가 없어 도로 반대편으로 오갈 수가 없다. 이곳에는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횡단보도 대신 지하도를 설치하는 바람에 도로를 건너려면 자전거를 들고 지하도를 통과해야 한다.

자전거로 대전 3공단에 출퇴근하는 윤종혁(유성구 송강동)씨는 "송강동에서 3공단으로 가는 도로 좌측 인도턱이 너무 높아 도로로 넘어질 듯 곡예를 하거나 내려서 끌고가야 한다"며 짜증스러워 했다.

대전시내에 설치된 수백km의 자전거도로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상당수 자전거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고, 도로가 끊긴 곳도 허다하다. 버스 등 대중 교통수단과 연계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대전시는 자동차 증가로 인한 교통문제를 해소하고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4백20억원을 들여 총 3백73km구간에 자전거도로를 조성했다.

시는 2010년까지 2백30여억원을 들여 2백17km 구간에 자전거도로를 추가 설치, 현재 3%인 자전거 수송 분담률을 1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와 함께 자전거 보관대(1만4천여대 수용)를 대폭 확충하고 횡단보도턱(8백여곳)을 낮추는 등 이용시설도 정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조성된 자전거도로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예산만 낭비하고 시민불편은 전혀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대전시의회 안중기(41)의원이 최근 대전시민 6백13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4%가 일주일에 한번도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전거 이용시 가장 불편한 사항으로 40%가 자전거 전용도로 부족을 꼽았고, 뒤를 이어 차량 위협(33%), 불법주차 등 진로방해(16%), 자전거주차대 부족(3.6%) 등의 순이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의 설문조사에서도 조사대상자(8백10명) 가운데 50.7%가 자전거도로에 불만이 있다고 답했다.

대전시 이상용 도로과장은 "기존 자전거 도로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하고 불편시설을 정비해 나가겠다"며 "새로 도로를 개설하거나 도로 굴착뒤 복구시에는 자전거도로 병행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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