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불명예 털었으니 이젠 이익만 키울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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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과거의 부실을 과감히 털어내 불량은행 이미지는 벗었다. 이제는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일만 남았다."

11일 만난 이덕훈(54) 우리은행장의 표정은 비교적 밝아보였다. 다른 시중은행장들이 SK글로벌과 카드부실로 이익이 크게 줄어 낙담하고 있지만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1분기 당기순이익도 덩치가 두배인 국민은행(7백39억원)의 세배 규모인 2천51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다.

이런 성과는 우리은행의 자산비중이 73.2%를 차지하는 우리금융의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지난달 12일 5천원선을 돌파한 뒤 최근 주가는 6천2백원대까지 치솟았다.

9조3천여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아 '부실은행의 대명사'로 불렸던 우리은행이 불명예스런 멍에로부터 서서히 벗어나는 듯한 모습이다.

李행장은 "16조원의 부실채권을 2조원 미만으로 줄인데는 공적자금의 덕도 컸지만 내부적으로도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강조했다.

1997년 2만명이던 직원이 1만2천명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고통도 적지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SK글로벌 정상화 계획에 대해 "SK㈜와 SK텔레콤의 이사회를 통과할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또 현대상사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현 상태로는 자체 능력으로 정상화되기 어렵다"며 "현대상사의 자구계획을 봐가며 채권단 공동관리와 출자전환도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李행장은 최종 매각 단계에서 돌발변수가 생긴 현대석유화학 문제와 관련해 "1조8천억원짜리 초대형 딜이 옛 현대 계열사의 8백80억원 채무탕감 문제로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수자측과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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