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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담화 6분 뒤, 비정규직 찾아간 이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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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노사정위 복귀를 요청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담화를 통해 노동개혁을 강조했다. [조문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노동개혁을 강조하자 새누리당이 곧바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무성 대표와 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인 이인제 최고위원이 뒷받침에 나섰다.

 6일 담화 직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는 “청년세대의 미래가 걸려 있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역점 과제”라고 운을 뗐다. 김 대표는 “청년 좌절의 원인은 일자리 부족이고, 일자리가 곧 민생이자 복지”라며 “인재는 일자리를 찾아 움직인다. 청년 인재들이 맘껏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문제를 정치권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 직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TV로 대통령 담화를 지켜봤다. 돋보기까지 쓴 그는 직원들이 인쇄해온 대통령 담화문을 보며 중요한 대목 10여 군데에 파란색 수성펜으로 별표를 치기도 했다.

 그는 담화 직후 기자들에게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는 부분이 가장 와 닿았다”며 “이런 개혁들은 정치권 전부가 우리 미래를 위해 같이해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내가 느끼고 말해온 내용과 거의 비슷하다”며 “대통령이 노동개혁에 필요하다고 한 임금피크제 등은 반드시 해야 한다. 당장 절박한 건 청년 일자리”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평가한 부분을 거론하며 “오늘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이 잘됐다고 얘기했네”라고 웃었다.

 대통령 담화가 끝난 지 6분 만인 오전 10시30분 이인제 위원장은 서울 구로구의 ㈜비상교육 본사를 방문했다.

 당 노동특위 발족 후 첫 현장 방문을 대통령 담화일에 맞춰 짰다. 비정규직 직원들과의 간담회였다. 교육기업인 비상교육은 전체 직원 534명 중 72명이 기간제 근로자다. 이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개혁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떠올랐다”며 “비정규직이 너무 많고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정규직과) 많은 격차가 있다.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간담회는 예정된 1시간보다 30분을 넘겨 진행됐다. 간담회 직후 이완영 특위 간사는 “회사 측은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5년으로 늘리는 것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고, 근로자들은 찬반이 나뉘었다”며 “노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이 가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뒤이어 여의도로 자리를 옮겨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오찬을 겸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 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조속한 노사정위 복귀를 요청했다고 한다. 오찬 직전 “대통령 담화를 어떻게 봤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천막농성을 오래해야겠다”며 불만을 나타냈던 김 위원장은 오찬 후 “노사정위 복귀는 정해진 것이 없다. 오늘은 상견례”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완영 간사는 “앞으로도 한국노총과 꾸준히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는 12일 청년 구직자 간담회, 13일 경제단체 간담회 등 현장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반면 대통령 담화에 대한 야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불통의 벽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말했다. 유은혜 대변인은 “사과도, 경제 실패에 대한 반성도, 국민과의 소통 의지도, 경제 재도약의 실질적 방안도 없는 4무(無) 담화”라며 “박 대통령이 앞세운 노동개혁은 노동자만 희생하라는 노동개악이다. 기업의 책무는 쏙 빼놨다”고 비판했다.

글=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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