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통장 명의 빌려주고 30만원 용돈 벌려다 쇠고랑 찬 보이스피싱 인출책

중앙일보

입력

용돈을 벌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본인 통장을 빌려준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종암경찰서는 본인 통장을 보이스피싱에 이용한 혐의(사기)로 김모(44)씨를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3시 20분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 아파트 단지 내 은행에서 본인 통장에서 1000만원을 인출하던 중 경찰에 체포됐다. 거래가 정지된 통장에서 돈을 빼려던 김씨를 이상하게 여긴 은행창구 직원의 신고 덕분이었다. 당시 김씨의 통장은 피해자 최모(37·여)씨가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은행에 신고 해 거래가 정지가 된 상태였다. 경찰이 김씨를 체포할 당시 현장에 중국인 보이스피싱 조직원 두 명이 있었지만 검거에는 실패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특정한 직업이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은 "김씨가 '통장만 빌려주면 용돈을 벌 수 있다'는 보이스피싱 통장모집책의 말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씨는 체포 직전 다른 은행에서 3000만원을 인출해 수수료(1%) 명목으로 30만원을 받은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최근 경찰은 통장을 빌려준 당사자가 직접 은행에 가서 돈을 인출하는 수법에 주목하고 있다. "본인 통장에서 돈을 빼는 것은 의심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입금 장소와 출금 장소가 다르고, 입·출금 시간이 1시간 내외로 짧다면 보이스피싱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며 "은행 창구 직원들이 이점을 주목하면 보이스피싱 사기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현 기자 park.b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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