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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인터뷰 10회 풀영상]황준국 본부장 “북한에 '도발하면 단호한 대응' 메시지 전달해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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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제네바합의에서 미국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면 북한의 체제에 대한 안전 보장과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미국과 북한은 핵 문제에 대한 합의를 마쳤지만, 2002년 10월 북한의 핵 개발 의혹이 제기됐다. 이듬해 1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을 하며 북한의 핵문제는 국제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그로부터 7개월 후인 2003년 8월, 베이징에서 한국·북한·미국·중국·러시아·일본 6개국이 참가하는 6자회담이 열렸다. 6자회담은 평화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변국의 합의에 의해 이뤄졌다. 현재 6자회담은 2007년 3월을 마지막으로 총 여섯 번 열렸다. 그리고 현재도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54)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목표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발로 뛰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30일 오후 2시 생방송 된 ‘직격인터뷰’에서는 배명복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진행으로, ‘북핵 전문가’인 황 본부장에게 직접 북핵문제 해법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그동안 이런저런 자리에서 매스컴을 많이 탔다. 6자회담 대표 맡은 지는 얼마나 됐나.
“1년 반 됐다.”

-중국 다녀오신 걸로 안다. 6자회담 수석대표 맡은 후 해외출장은 몇 번 다녀왔나.
“14번 다녀온 것 같다.”

-미국 등 유엔(UN)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 이란의 핵 협상이 타결됐다. 이란 핵 문제가 불거진 지 13년, 본격 협상에 들어간 지는 2년이다. 북한 핵문제는 국제 사회 이슈가 됐고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이란 핵 문제는 2년 만에 타결됐다. 어떤 차이인가.
“가장 큰 차이는 이란은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주변 나라에서 ‘무기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기 때문에 의혹을 풀어야하는 상황이다.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의심하는 국제사회에선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이란에서 그동안 석유 수출도 못하고 해운도 많이 막혀서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니까, 이란 정부가 핵 활동을 줄이더라도 이런 제재는 해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면 북한의 경우는 ‘핵무기 개발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핵 실험을 세 번이나 했다. 기술도 이란보다 앞으로 훨씬 나가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란은 핵무기로 넘어가기 전 단계에서 축소시킨 것이지만 북한의 경우 훨씬 더 많이 진행됐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공화당에서는 반대 의견이 많다. 문제가 없을까.
“내가 예측하긴 어렵지만, 이란 핵 협상으로 국제사회가 단결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 주도로 유럽은 물론 러시아, 중국, 한국, 일본까지 동참해 엄청난 노력을 배경으로 해서 협상을 했다. 그 결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자’는 합의를 이뤄냈기 때문에 통과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란 핵문제가 타협이 이뤄지면서 북한에 대한 기대도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나라 분위기는 어떤가.
“이제 이란 핵문제는 해결 단계로 들어섰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북한에 집중되게 됐다. 북한은 더 압박을 받을 것이다. 중국 외교부장이 공개적으로 ‘이란 핵 타결이 북한 핵 문제에도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래서 북한도 압력을 받고 더 수세적으로 되지 않을까하는 느낌이다. 며칠 전 북한 외무성 성명에서 ‘우리는 이란과 다르다’고 강력하게 얘기했고, 핵 협상에 관심이 없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그것을 하루 사이에 똑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한 걸 보면 상당히 수세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란 핵 협상결과가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근거는?
“'전망'한다기보다는 '희망'하는 것이다. 이란 핵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투트랙(6자회담과 압박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의 끈질긴 노력이 결과를 낳았다. 그것은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됐고, 압박하는 과정에서 주변국의 단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변 관련국들이 공조체제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분명한 정치적 의제를 가지고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이 있다.”

-북한이 발표한 외무성 성명도 그렇고, 북한 대사들은 ‘북한은 핵보유국이고 흥정물이 아니다’라는 요지부동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협상의 여지가 있기 힘들어 보이는데.
“같은 성명에서 북한은 이런 말을 했다. ‘일방적으로, 먼저 핵 동결을 하거나 포기하라는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 거꾸로 말하면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북한이 언제 협상할지, 어떤 태도로 나올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결국 주변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끈질기게 해야 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먼저 해야만 협상한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핵 문제도 미국 내 반대 여론에도 이뤄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결단의 문제지, 지금처럼 선행조치를 하라는 조건을 붙이는 것은 아니지 않나 생각하는데.
“미국이 조건을 까다롭게 내걸고 있다는 얘기는 맞지 않다. 지난 일 년 간 정부가 주도적으로 노력해서 미국, 중국, 러시아까지 다 해서 5개국 간의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러한 조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것을 북한에 전달하면서 ‘아무 조건 없는 대화를 언제 어디서건 할 수 있다’고 밝혀놓은 지가 몇 달이 지났다. 그런데 북한은 중국과의 핵 대화도 다 거부한다. 지금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상당히 냉각기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핵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 이유는?
“북한은 핵 개발을 완성할 때까지 대화할 의지가 없을 가능성도 있고, 아니면 협상의 여지도 있을 수 있다. 북한을 다루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오바마 정부의 핵 정책은 ‘전략적 인내’라고 표현되는데, 진전을 이룬 게 없다.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고수하는 미국의 속내는 무엇인가. 어차피 북한은 얼마 안 있어 붕괴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하는데.
“오해가 조금 있다. ‘전략적 인내’라는 말을 미국 정부는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은 94년 제네바 핵 합의, 공동성명, 2012년 2.29 합의까지 주도적으로 나서서 협상을 했고 합의를 했다. 그것을 북한이 파기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당연히 ‘북한이 먼저 협상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입장이 있다. 미국도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의지가 있다. 다만 역사를 봤을 때, 북한이 태도를 바꿔야하고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란이 받아온 제재가 풀리게 되면 경제적 인센티브가 매력적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점에서 이란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 협상에 나오게 하려면, 확실한 인센티브를 뭔가 보여줘야 협상에 나오는 것 아닌가.
“이란에 대단한 인센티브를 준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유일한 인센티브였다. 북한의 경우 경제 구조가 다르고 국내 정치가 다르기 때문에 제재를 더 오래 버틴다고 할 수 있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전략적 인내를 뛰어넘는 창의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 현재의 접근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표현한 것인데, 탐색적 대화도 말씀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잘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이 받는다. ‘이 정도면 대화를 기대할 수 있겠구나’라는 말이 있어야하는 것 아닌지.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을 구걸할 수는 없다. 구걸하는 협상은 되지도 않고 결과가 좋지도 않다. 우리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도 공통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사실 지금 코너에 몰려있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의 지도부가 전략을 바꿀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다시 발사하거나 4차 핵실험을 하는 것도 예상한다. 만약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다면 그 후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
“그것이 기술적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평가가 필요하다. 4차 핵 실험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봐야하지만, 바로 핵 실험을 하는 것은 아니어도 인공위성을 가장한 미사일 발사 같은 것을 빌미로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대화의 가능성이 없어진다. 악순환으로 가지 말고 북한이 자제하는 가운데 협상이 진행되도록 하려면, 국제사회의 단합된 목소리로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해야 한다. 아세안 지역포럼 회의, 유엔 총의,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한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도발하지 말 것, 도발하면 단호한 대응이 있을 것’을 전해야 할 것이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대화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팀 스피릿 훈련을 중단한 것은 두 번이 있었다. 남북한 비핵화 공동선언이 합의 됐을 때와 제네바 협의가 합의된 때였다. 새로운 전망이 보였을 때 검토해 볼 수는 있겠지만, 선후가 바뀌는 것은 전혀 검토할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미국과 우리나라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것이 무슨 말인가.
“국제법적인 의미가 있다. NPT(핵확산금지조약,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핵보유국의 기준이 정해져 있다. 북한은 NPT에 들어와 있다가 파기하고 나가고, 핵무기 개발을 한 유일한 국가다. 그 국가의 핵 보유 인정은 상당히 큰 타격이다. 만약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되돌려야 한다.”

정리 김하온 기자 ㆍ박양원 인턴기자 kim.haon@joongang.co.kr
촬영 김세희ㆍ김상호ㆍ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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