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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파일] 33년 만에 만난 아들은 전과 7범이 돼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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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렸죠… 안 쓰러진 게 다행이에요.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33년 만에 아들을 만난 한 50대 여성의 얘기입니다. 33년 전 남편과 이혼하며 3살 난 아들을 두고 집을 떠난 뒤 처음으로 모자가 다시 만났습니다. 그가 울먹이며 말을 이어갑니다.

“기쁘면서도 충격이었어요. 같이 살아아죠. 그 애기를 또 버리면 안 되잖아요. 고아원에서 살았대요. 그러니 얼마나 억정이 무너지겠어요 제가…우리 아들만 생각하고 살아보려고 그래요. 열심히!”

그가 33년 만에 만난 아들은 지난 6월부터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에서 절도 행각을 벌인 혐의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붙잡힌 김모(36ㆍ전과7범)씨였습니다. 김씨는 약 232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모자는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된 걸까요. 경찰 조사를 받던 김씨가 자신의 처지를 형사에게 고백하면서였다고 합니다.

“고아로 어렵게 자라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 같다. 33년 전 헤어진 어머니를 꼭 만나고 싶다. 뵙게 되면 직접 모시고 착실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 담당 형사도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직접 어머니를 만나게 해줘야 김씨가 앞으로 바르게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 였다고 합니다.

강서서 담당 형사는 수소문 끝에 김씨의 어머니가 전북 부안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냈습니다. 설득 끝에 지난 28일 모자는 경찰서에서 33년 만의 상봉에 성공했지요.

감격적인 상봉은 33년이란 지난 세월에 비해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겨우 2시간 남짓. 구속된 김씨와 어머니가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그게 전부였습니다. 김씨는 어머니를 만난 자리에서 “이제는 성실하게 살겠다”며 “어머니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33년 만에 만난 자식을 김씨 어머니는 계속 ‘우리 애기’라고 불렀습니다.

“사실은 죽기전에 한번 보고 싶었거든요. 내 나름대로 보살집 같은데 한번씩 가잖아요, (아들은) 괜찮게 있다고 하고 걱정할거 없다고 그랬어요. 안믿는다 하면서도 괜히 의지가 되더라고요. 지금은 마음이 너무 아프죠. 우리 애기가 어쨌든 나쁜 짓안하고 좋은 맘으로 산다하니까 내가 옆에서 도와줄거에요.”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영상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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