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시발점 산시, 동서양 문물 교류의 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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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陝西)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의 시발점이자 중추다. 앞으로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일대일로의 발전과 성공을 이루고 싶다.”

 요즘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방 지도자인 러우친젠(婁勤儉·59·사진) 산시 성장의 말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고향인 산시성은 중국의 국가 장기발전 전략인 일대일로 중 육상 실크로드(一帶)의 출발점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6월 시안(西安)을 방문하고 삼성이 이곳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한 것은 일대일로를 통한 한국의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진출 전략으로 이해했다.

 화중(華中)공학원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한 러우 성장은 신식산업부(미래부에 해당) 전자과학연구원 부원장을 거쳐 이 부서 부부장을 지낸 공학박사다. 중국 지방 지도자 중 첨단산업에 대한 가장 해박한 지식과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그를 단독으로 만나 일대일로와 한국과의 협력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육상 실크로드는 시안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와 유럽 등 서쪽으로 나가는 국가 발전 전략이자 외교 전략이다. 그럼 시안의 동쪽에 위치한 한국은 어떻게 이 전략과 융화하고 서로 윈윈하는 발전 모델을 만들 수 있나.

 “일대일로는 시진핑 주석이 2013년 카자흐스탄에서 제창했다. 2000년 역사의 실크로드를 따라 세계가 인문 교류와 무역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따라서 꼭 물리적 거리와 위치 개념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 육상 실크로드, 다른 한편엔 해상 실크로드가 있다. 시안은 육상 실크로드의 시발점이자 중추다. 따라서 이곳을 통해 물류와 인문 교류가 시작된다. 이는 동시에 시안을 통해 동부, 즉 한국과 일본으로 인문과 무역 등 교류가 시작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국은 시안을 통해 상품과 문화를 중앙아시아와 유럽 등 서쪽으로 수출할 수 있다. 동시에 중앙아시아와 유럽, 중동의 물류는 시안을 통해 한국과 교류가 가능하다. 이미 시안에는 보세구 등 관련 제도와 시설이 완비돼 있어 산시성의 전방 항구로 볼 수 있다.

중앙정부는 현재 서부 대개발을 적극 지지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일대일로라는 순풍의 차량에 타야 한다”라고 말했다. 삼성 역시 투자를 통해 시장을 개척하고 중국과 공동 발전을 꾀하고 있는데 매우 탁월한 안목이다.”

 -삼성이 시안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했다. 이후 역내 경제에 어떤 효과가 있나.

 “삼성과 산시성은 서로 윈윈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삼성은 투자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반도체 기업이 됐다. 또 중국의 거대한 서부 시장과 중앙아시아·중동·유럽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산시성은 삼성의 투자로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역내 산업 선진화를 할 수 있게 됐다.”

-한국 기업 유치를 위해 한국 기업 전용 공단을 만든다고 들었다. 현재 진척 상황은.

“삼성이 투자한 곳 옆에 량자탄(梁家灘)이란 곳이 있다. 이곳에 국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이미 하천 물길도 잡았고, 주변 환경 정리도 끝났다. 이후 현지 주민들의 정착이 시작됐고, 관련 건설작업이 진행 중이다. 왜 커뮤니티인가. 기업 유치는 단순히 기업이 들어오는 게 아니고 그 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의 문화와 생활이 들어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산시로 오는 한국 등 외국 기업 종사자들과 그 가족들의 편리한 생활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가 유치된 기업 종업원 자녀들의 학교와 병원 등 생활 기반 인프라 건설을 중시하는 이유다.

사실 삼성이 투자할 때 신라호텔이 책임지고 쇼핑센터와 병원·호텔을 짓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한국 국내법 등 여러 제도적 어려움이 있어 (삼성은) 우리가 해주길 바랐고, 우리는 계속 노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6월) 시안을 방문해 한국의 중소기업도 삼성처럼 대우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깜짝 놀랐다. 대통령이 이 정도로 세심하게 챙길 줄 몰랐고, (중소기업을 삼성과 동일하게 봐 달라는 주문을) 잊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이 일대일로를 보는 정확한 전략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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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전자산업은 미세먼지에 민감하다. 산시는 스모그 등 환경 오염이 심한데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시안(西安) 13개 왕조가 도읍을 정할 정도로 거주 환경이 좋았다. 중국 역사를 보면 자연환경이 가장 좋은 곳이 가장 빠른 발전을 이뤘다. 산시 남쪽과 북쪽은 바람이 적어 오염된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석탄 등 오염물질 배출을 통제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성내 농가에서 사용하는 보일러 연료를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바꾸고 있다. 자연환경은 최고 수준이다. 예컨대 남쪽의 친링(秦嶺) 주변에는 72개의 개천이 황허로 흘러간다. 현재 환경 문제를 정책의 제1 순위에 두고 있어 오염 문제는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

-일대일로 건설에 어려운 점은 없나.

“(실크로드) 거리가 수천㎞에 달해 너무 멀다는 게 도전이다. 2000년의 실크로드 역사를 보면 (그 거리 때문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당나라 고승 현장은 경전을 얻기 위해 실크로드를 왕복하는 데 17년이 걸렸다. 인문 교류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구간별 지역 중심 육성을 통해 이 난점을 해결할 것이다.”

-일대일로는 문화 교류의 통로이기도 하다. 한국과의 문화 교류 계획은.

“시안은 중국 고대문화의 메카라 할 수 있다. 기회가 되면 병마용을 포함한 중국 문화의 정수를 한국에서 전시하고 싶다. 지난 5월 시안에 경주의 다보탑을 세웠고, 매년 부산영화제와도 교류하고 있다. 또 드라마와 영화 등을 공동 제작하며 중·한 문화 교류를 늘리고 있는데 더 확대하고 싶다. 산시성은 역사적으로 문화 교류의 중심이었다.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아직도 십수만 명이 산시성 방언을 사용하고 있다. 산시성과 관련된 이야기나 노래도 많다. 역사적으로 그만큼 교류가 많았다는 뜻이다.”

시안=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러우친젠(婁勤儉) 산시 성장

전형적인 테크노크라트다. 개혁과 혁신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2013년 산시 성장에 취임한 이후 성내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의 융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삼성의 반도체 투자를 계기로 산시성을 서부를 대표하는 첨단 공업기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1982년 화중공학원(華中工學院·화중과기대학 전신)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가장 주목하는 지방 성장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신식산업부 전자과학연구원 부원장을 거처 이 부서 부부장까지 지낸 공학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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