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받아야 할 사람"…푸틴의 못말리는 블라터 감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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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 제프 블라터 FIFA 회장 , 右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통신]

2018년 월드컵 개최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부패·비리 혐의로 미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감싸기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스위스방송 RTS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블라터 회장의 부패 혐의에 대해선) 그 누구의 말도 믿지 않는다”며 옹호했다. 또 미국이 블라터 회장을 수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누군가에게 불법행위의 혐의가 있을 땐 당사자 국가의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블라터 회장과 같은 국제스포츠 기구 수장들은 특별한 인정을 받아야 한다”며 “노벨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바로 이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2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예산 조 추첨 행사에서도 블라터 회장과 손을 맞잡으며 친분을 과시했다. 블라터 회장 또한 러시아 월드컵 개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호응했다. 블라터 회장이 “러시아는 가장 이상적인 월드컵 개최국”이라고 치켜세우자, 푸틴 대통령은 “스포츠에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블라터 회장에게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블라터 회장은 부패·비리 수사가 시작된 이후 미국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나라의 방문을 피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첫 외국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푸틴 대통령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블라터는 지난 6월 FIFA 부패 혐의가 불거지자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열어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내년 2월 26일 열리는 FIFA 회장 선거 때까지는 회장직을 유지한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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