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공천한다는 오픈프라이머리 … 이상과 현실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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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게 여의도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논란이다. 정당이 공천하는 국회의원 후보를 어떻게 뽑을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각 당, 정파의 계산과 오픈프라이머리 논란의 향배를 Q&A로 정리했다.

 ① 오픈프라이머리는 뭔가=정당들이 후보를 뽑기 위해 실시하는 예비경선을 일반 유권자들에게 개방(open)하는 제도다. 소속 또는 지지 정당과 관계없이 정당들의 경선장을 찾아 등록만 하면 누구라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1900년대 초 미국 정당들이 예비선거를 도입했는데 제도는 크게 ▶당원만 투표권을 갖는 ‘코커스(caucus)’와 ▶일반인도 참여하는 ‘프라이머리’로 나뉘었다. 프라이머리 중에서도 개방 폭이 큰 게 오픈프라이머리다. “공천장을 준 게 당 대표나 계파 수장이 아니라 국민이기 때문에 당선 뒤 소신껏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인지도가 높은 현역 정치인들에게 유리하고, 정당의 정체성이 약해질 수 있고, 다른 정당 지지자들이 의도적으로 참여해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지원하는 ‘역선택’이 생길 수 있다.

 ② 왜 논란인가, 김무성 대표는 왜 목을 매나=새누리당 김 대표 측은 “특정 계파에 의해 반대파에 대한 ‘공천 학살’이 이뤄지고, 그게 다시 ‘보복 공천’을 낳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김문수 당 혁신위’ 활동의 결과 지난 4월 의원총회에선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당론으로 확정됐다. 지난 13일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는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 실시’를 야당에 제안했다. 여야가 ‘같은 날’ ‘전국에서’ 치르자고 했다. 같은 날 치러야 ‘역선택’을 줄일 수 있다. 접전 지역인 수도권에서 ‘역선택’의 폐해는 심각할 수 있다. 반대 정당 지지자들이 수백 명만 작심하고 역선택에 뛰어들면 후보가 뒤바뀔 수 있어서다. 또 여야가 함께 실시해야 선거법을 여야 합의로 만들어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 한 김 대표의 구상이 실현되긴 어렵다.

 ③ 야당이 결국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새정치민주연합의 당론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오픈프라이머리 자체에 반감은 없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식 ‘전 지역 동시 도입’에는 반대기류가 강하다.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23일 “경쟁을 가장한 독과점체제로, 기득권 질서만 고착화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표도 “모든 정당·지역에서의 일률적 강제 시행은 위헌”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취임 전부터 ‘일부 지역 전략공천+오픈프라이머리 병행 실시’를 주장해 왔다. 당헌에도 ‘전략공천 20%’가 명시돼 있다. 20%는 정치 신인과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김 대표 측은 “야당이 반대해도 우리는 끝까지 간다”고 주장한다. 단독 오픈프라이머리라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선택과 비용 때문에 쉽지는 않다. 야당의 반대로 공이 다시 새누리당으로 돌아온다면 여당 내에 잠복해 있던 반대론이 분출될 가능성도 크다. 당내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천권을 완전히 내려놓겠다는 것은 대표의 책임 방기” “물갈이와 개혁 공천은 정당의 숙명이자 의무”라는 불만이 잠복해 있다.

 ④ 오픈프라이머리인가, 당원 경선인가=여야 합의로 우여곡절 끝에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돼도 진정한 의미의 완전국민경선제로 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반 국민의 참여율이 높지 않을 수 있어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만약 유권자가 20만 명인 지역구에서 1만 명에도 못 미치는 인원이 참가한다면 그게 무슨 오픈프라이머리냐”고 반문했다. 현재 예비후보자들의 ‘책임당원 확보’ 경쟁도 오픈프라이머리에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픈프라이머리라면 일반인도 예비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책임당원들의 선택 몫이 줄어든다. 그래서 새누리당 내에선 “결국 당원들에 의한 제한경선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 돈다.

강태화·정종문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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