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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단 없는 ‘CVT’ 클러치 2개로 번갈아 변속하는‘DC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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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자동차 변속기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클러치 페달을 밟고 조작하는 ‘수동변속기’가 있다. 또 변속 레버를 ‘D’에 놓으면 알아서 변속을 해주는 게 바로 ‘자동변속기’다. 하지만 변속기의 역사를 보면 엔진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발전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사실 변속기 자체의 역사는 엔진보다 더 오래됐다. 풍차부터 시작해 방직기계·펌프 등에도 꾸준히 사용됐다. 이런 앞선 역사를 가진 덕에 내연기관 자동차가 발명된 뒤에도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었다.

 수동변속기의 경우 동력을 끊고 원하는 기어를 선택한 뒤 다시 동력을 이어줘야 하는데 이 조작을 사람이 한다. 불편하긴 하지만 뛰어난 동력전달 효율성과 비교적 단순한 구조, 높은 내구성 등으로 변속기의 기본이 되고 있다.

 수동변속기는 조작하기가 쉽지 않다. 기어 단수를 잘못 내렸을 때 발생하는 울컥거림 현상이 대표적이다. 이런 울컥거림은 갑자기 바뀐 ‘엔진 회전수’ 때문에 생긴다. 닛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370 Z 모델을 통해 고단에서 저단으로 변속할 때 자동으로 엔진 회전수를 맞춰주는 기능을 탑재했다. 캐딜락은 한발 더 나아가 엔진 회전수 보정은 물론 변속 때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아도 변속할 수 있는 기능을 고성능 ATS-V 모델에 적용했다. 현재 수동변속기는 5단과 6단이 대부분이지만 포르쉐와 쉐보레는 7단까지 내놓기도 했다.

 현재는 자동변속기의 판매량이 월등하다. 이미 시장의 99%가 자동변속기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자동변속기의 강점은 조작 편의성과 부드러운 승차감에 있다. 자동변속기는 ‘토크 컨버터’라는 이름의 장치를 통해 부드러운 동력전달과 변속이 가능하다. 동력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기어 단수도 많아졌다. 독일 ZF의 8단 자동변속기는 BMW·아우디·포르쉐 등에 탑재되는데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의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 역시 렉서스·BMW 같은 업체들이 사용한다. 국산 쌍용차의 경우도 아이신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모델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엔 9단 변속기를 장착한 모델까지 등장했다. 크라이슬러 200과 지프 체로키, 랜드로버 이보크,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등이 대표적이다. 폴크스바겐은 한 발 더 나아가 10단 자동변속기를 내놓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자동변속기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수동보다 부피가 크고 무겁다. 동력 전달의 효율도 수동에 비해 낮다. 이 때문에 수동변속기의 작고 간단한 구조를 유지하면서 변속만 자동으로 해주도록 개발된 변속기도 있다. 이를 ‘AMT’(Automated-Manual Transmission) 변속기라고 부른다. 가장 큰 장점은 수동변속기 수준의 효율을 유지하며 자동 변속을 해준다는 점이다. 생산 원가도 저렴한 편이다. 연비까지 좋아 푸조와 시트로엥 차량이 이 변속기를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특유의 울컥거림과 느린 변속 시간 때문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렸고 본고장인 유럽에서만 어느 정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자동변속기지만 ‘CVT’(Continuously Variable automatic Transmission)라는 독특한 이름을 갖는 변속기도 있다. 쉽게는 ‘무단변속기’라 불린다. 변속기의 단수를 무한한 형태로 나눈 것으로, 1단·2단과 같이 특정 기어 단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CVT 변속기는 기어 단수를 바꾼다는 개념이 없어 변속 충격 등이 없다. 또한 엔진의 동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연비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CVT 변속기 기술로 유명한 브랜드는 닛산과 인피니티다. 쥬크와 알티마·캐시카이를 비롯해 인피니티 QX60 등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닛산은 ‘자트코’(Jatco)라는 별도의 변속기 개발 자회사를 두고 CVT 연구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자트코의 CVT는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르노삼성 SM3·SM5·QM5와 쉐보레의 더 넥스트 스파크 등에도 탑재됐다.

 가장 늦게 데뷔했지만 빠르게 발전하며 적용이 늘고 있는 변속기로는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꼽힌다. 이 변속기는 1단에 기어가 연결된 상황에서 미리 2단이 동력을 이어받을 준비를 한다. 이후 동력이 2단으로 전달되면 다시 3단 기어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미리 변속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어 빠른 변속이 가능하다. 자동변속기처럼 ‘토크 컨버터’를 사용하지 않아 수동변속기 수준의 높은 동력전달 효율까지 갖고 있다.

 본래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포르쉐가 처음 개발했지만 대중에 널리 퍼뜨린 것은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였다. 이어 벤츠와 BMW 같은 독일 업체들을 중심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국내 제조사까지 듀얼클러치 변속기에 도전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벨로스터부터 시작해 현재는 엑센트·쏘울·i30·투싼·쏘나타 등 다양한 모델이 이 변속기를 갖추고 있다. 오래전부터 다양한 기술을 축적한 폴크스바겐 등에 비해 주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받지만 시작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르노삼성도 독일 게트락에서 공급받은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QM3에 탑재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7단까지 양산이 이뤄진 상황이지만 8단과 9단 등으로 다단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오토뷰=김선웅 기자, 강현영 기자 startmotor@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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