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KT&G 사장 수십억 횡령 의혹 … 검찰, 자금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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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검찰이 KT&G 민영진(57·사진) 사장의 배임·횡령 의혹과 관련한 단서를 잡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민 사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KT&G 사장에 임명된 뒤 6년째 재임 중이다. 이 때문에 포스코 수사에 이어 이명박 정부 인사를 겨냥한 수사라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석우)는 최근 민 사장이 자회사를 통해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의혹에 연루된 KT&G 자회사는 2011년 6월 계열사로 편입된 S화장품이다. 검찰은 KT&G와 S화장품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동시에 민 사장 등 경영진에 대한 계좌 추적에 들어갔다.

 검찰에 따르면 민 사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2월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2013년 2월 말 연임(임기 3년)에 성공해 현재까지 KT&G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민 사장의 연임이 확정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사흘 뒤였지만 그 이전인 2013년 1월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해 연임이 결정된 상태였다. KT&G는 2002년 민영화 이후에도 기업은행(6.93%)이 최대 주주였다가 최근 국민연금이 지분을 늘려 최대 주주(7.05%)가 되는 등 사장 선임에 정부의 입김이 반영돼 왔다고 한다. 민 사장도 2010년과 2013년 취임 및 연임 과정에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인사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자금 추적을 마무리하는 대로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자금의 용처를 파악해 연임 로비에 사용됐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S화장품은 인수 이듬해인 2012년 2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2013년과 2014년 각각 182억원, 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KT&G 수사는 KT 이석채(70) 전 회장과 포스코 정준양(67) 전 회장 등에 이은 이명박 정부 공기업 수사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석채 전 회장은 2013년 11월 퇴임한 뒤 100억원대 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퇴임한 정준양 전 회장은 현재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앞서 검찰은 중앙대 총장 출신인 박범훈(6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두산그룹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KT&G 관계자는 “민 사장은 KT&G 전신인 전매청 출신으로 MB 정부의 낙하산 인사 대상이 아니다”며 “그간 제기된 대부분의 의혹이 2012~2014년 국세청과 경찰청,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연이어 조사해 무혐의 처분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S화장품의 경우 영업손실이 난 게 사실이지만 최근 경영수지가 개선되고 있다”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소명할 부분은 소명하겠다”고 했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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