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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사나이 주현상의 바쁜 하루

중앙일보

입력

14일 한화-롯데전이 열린 청주구장. 한화 대졸 신인 내야수 주현상(23)은 정신없이 바빴다. 고향인 청주에서 경기가 열려 만나야 할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청주우암초-청주중-청주고-동아대를 졸업한 '청주 사나이' 주현상은 데뷔와 동시에 1군에서 입지를 다졌다. 송광민(32)·김회성(30) 등 선배들과의 3루 경쟁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탄탄한 수비력을 내세워 63경기에 출전했다. 다소 아쉬웠던 타격도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5일 현재 타율 0.244, 7타점·2도루. 열심히 배우려는 자세도 코칭스태프들에게 높은 점수를 얻었다. 임수민 한화 수비코치는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훈련할 때는 집중하는 태도를 가졌다"며 "내년에 오선진, 하주석 등이 합류하지만 수비의 안정성만큼은 현상이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3루수 대수비로 나왔던 주현상은 독특한 경험도 했다. 허도환 타석에 송주호가 대타로 나와 포수자원이 없자 고교시절 포수를 봤던 주현상이 마스크를 쓴 것이다. 주현상이 안방을 지킨 건 지난 4월 10일 사직 롯데전에 이어 두번째였다. 다음은 주현상과의 1문1답.

-청주구장에서 뛰는 느낌은 어떤가.

"고등학교 이후 처음이다. 대학 때는 청주에서 경기를 한 번도 안 했다. 그때는 관중도 없고 부모님들만 계신 채 경기를 했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뛰니까 색다르고 좋았다. 이렇게 청주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 부모님은 청주에 사시는데 대전에도 경기를 보러 자주 오신다. 예전부터 한화에 오고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잡아서 더 좋다. 다른 구단이었다면 이렇게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야구는 언제 시작했나.

"초등학교 4학년 때다. 형이 두 살 터울인데 형도 4학년 때 야구를 하다가 그만뒀다. 그때 형을 따라 야구부에 간 적이 있는데 4학년이 됐을 때 형들이 야구를 해보라고 해서 시작했다. 그때는 즐기면서 야구를 했다. 초등학교 동기들 중에는 아직까지 야구를 하는 친구가 없는데 이번에 보러 왔다."

-올 시즌 1군에서 기회를 많이 얻을 줄 알았나.

"시범경기 성적이 좋아서 어느 정도 1군에서 뛸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회성이 형이 다치면서 선발로 나갔는데 운좋게 안타도 치고 수비도 잘 해서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잘 하고 싶다."

-학창 시절에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다던데.

"대학교 1학년 때는 3루수를 봤고, 2·3학년 때는 유격수를 봤다. 4학년 때는 투수와 3루수를 했다. 롯데에서 뛰고 있는 (김)대륙이가 유격수를 했다. 사실 3루가 제일 편한 자리다. 다른 포지션도 준비했고 할 수 있지만 나한테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임수민 코치는 "북일고 코치 시절부터 현상이를 지켜봤는데 3루가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유격수를 할 정도로 발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강한 어깨와 공에 대한 대응력을 갖고 있다.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연습을 즐기고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즌 절반이 지났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나.

"확실히 4·5월보다는 체력이 떨어진 걸 몸으로 느낀다. 일부러 식사도 많이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 요즘엔 날씨가 더워져서 수비할 때 땀도 많이 흘린다. 9회까지 뛰는 게 쉽진 않다."

-타격은 자신있나.

"항상 자신있다. 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들어간다. 설사 못 치더더라도 '다음 타석에서 꼭 치자'는 생각을 한다. 자신없이 타석에 들어서면 투수에게 지고 들어가는 것 아닌가. 신인이지만 어떤 투수든 이기겠다는 마음이다."

-남은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난 확실한 주전이 아니다. 회성이 형, 송광민 선배가 돌아오면 다시 백업으로 갈 수도 있고, 2군에 갈 수도 있다. 수비도 잘 하고 안타도 치면서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해야한다. 그래서 시즌 끝날 때까지 1군에 머물고 싶다."

청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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