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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안 먹힌다, 김정은 ‘핵 마이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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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된 직후인 14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동아태국의 오리 에이브라모위츠 대변인은 북한 핵정책을 묻는 본지 질문에 “대북정책은 바뀐 게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에이브라모위츠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을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비핵화가 최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국무부의 이 같은 답변은 정확히 2년 전인 2013년 6월 16일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이 말한 “(대북정책은) 핵 개발과 확산 등에 대한 북한의 의무 이행을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는 답변과 놀랍도록 같다.

 이란 핵 협상 타결로 핵 위협 국가는 북한만 남았다. 하지만 미국의 반응에서 보듯 북한 문제에선 전혀 진전이 없다. 오히려 더 악화되는 기류다. 대표적인 게 북·중 관계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5일 “지난 3월 평양에 부임한 리진쥔(李進軍) 중국대사가 아직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장성택 처형(2013년 12월) 이후 북한과 중국의 대화 통로가 꽁꽁 막혀 있어 북한의 속사정을 중국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제1위원장에 취임한 뒤 만난 외부 인사는 전 미국프로농구협회(NBA) 농구선수인 데니스 로드먼 정도다.

 권영세 전 중국대사는 “이전에는 북한 당국자들이 다른 나라에 출장 갈 때 환승을 위해 베이징에 들러 중국 관리들을 만나곤 했다”며 “하지만 지금 베이징은 그냥 경유지일 뿐 만남의 장소가 아니다. 불편한 북·중 관계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중국이 레버리지(지렛대) 역할을 못하면서 북핵 대화는 막혀 있다. 6자회담은 2008년 12월을 끝으로 6년7개월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김정은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내세웠다”며 “핵무기를 완성할 때까지 외부와의 소통을 중단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핵 소형화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업무에 종사하는 소식통은 “이르면 1~2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도 있다”고 했다.

 『국방백서 2014』도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이 상당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핵 개발을 완료한 뒤 미국 등 국제사회와 ‘통 큰’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한식 미 조지아주립대 석좌교수는 “북한이 핵을 완성하면 미국과 더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유럽연합 안보연구소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때문에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된 뒤 이제 북한만 남았다”며 “북한을 국제사회로 나오게 하기 위해 레버리지를 잃은 중국에 맡길 게 아니라 한국이 나서야 하며, 남북 관계부터 풀어내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최익재 팀장, 정용수·전수진·유지혜·안효성 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왕웨이 인턴기자 ijchoi@joongang.co.kr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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