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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하나·외환은행 합병 신청서 받아 들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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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하나금융지주가 이번주 초 금융당국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신청 서류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과의 법정 공방으로 다섯달 동안 중단됐던 통합 절차가 공식 재개되는 것이다.

 12일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르면 13일 합병 예비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비인가는 말그대로 본인가를 받기 전 절차다. 다만 당국의 심의 과정에서 합병과 관련된 모든 쟁점들이 다뤄져 예비인가 승인은 사실상 합병해도 좋다는 ‘OK 사인’을 받는 것이나 다름 없다. 하나금융은 지난 1월 예비인가 신청 서류를 한차례 당국에 제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법원이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합병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자 이를 자진 철회했다. 이 가처분 결정이 지난달 법원에 의해 취소되자 다시 당국의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를 재개한 것이다. 예비인가 신청이 접수되면 금융당국은 6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합병을 논의하고 준비하는데는 법적 걸림돌이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던 만큼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영진과 노조의 팽팽한 대치 구도로 진행되 온 통합 논의는 ‘승인권’을 쥔 당국이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모양새가 갖춰지게 됐다. 금융당국은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하는 방식으로 노조를 압박하는 한편 승인 요건으로 노사 합의를 강조해 사측이 노조 설득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양동 작전’을 구사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합병은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며 충분히 합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라면서 “다만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면 양측 주장의 합리성, 금융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경영진은 늦어도 연내에는 합병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를 넘길 경우 통합으로 거둘 ‘실리’가 확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올해까지는 금융회사간 합병 때 저당권 명의변경에 따른 등록면허세를 75% 깎아주지만, 이 혜택은 내년부터는 사라질 예정이다. 하나-외환 합병의 경우 연내 합병을 하면 2700억원의 절세 효과를 본다. 경영진은 이를 고리로 외환은행 임직원들을 직접 설득하고 나섰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8일 직원들 대상 설명회에서 “9월까지 합병이 이뤄져야 이후 3개월 동안 저당권 변경 작업을 할 수 있다”면서 “통합이 빠를수록 더 큰 시너지를 거둘 수 있고, 직원들과 공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예비인가 신청을 포함한 절차를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협상을 중단할 지,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할 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 이외 계열사 통합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20일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전산시스템이 통합될 예정이다. 지난해말 통합 ‘하나카드’가 출범한데 이어 전산시스템까지 합쳐지면 외환카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외환카드는 1978년 외환은행이 비자카드와 제휴해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신용카드였다. 현재 별도 운영 중인 옛 외환카드 홈페이지(www.yescard.com)는 하나카드 홈페이지(www.hanacard.co.kr)로 합쳐진다. 하나카드와 외환카드를 모두 사용해 온 고객은 카드 사용 한도가 통합되고, 가맹점에서 포인트를 사용할 때는 하나포인트와 예스포인트를 합산해 쓸 수 있다.

조민근·염지현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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