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북한이탈주민 끌어안기에 힘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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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한광옥 위원장이 8일 3기 위원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전날 청와대는 2013년, 2014년에 이어 한 위원장의 연임을 공식 발표했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은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한광옥(73)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을 만난 8일은 2013년, 2014년에 이어 제3기 위원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한 날이었다. 임기가 1년인 위원장직을 그는 세 번째 연임하고 있다. 전날 청와대는 한 위원장의 연임을 공식 발표했다. 한 위원장이 생각하는 ‘통합’의 의미부터 물었다.

 -통합이 뭐고, 왜 필요한가.

 “이해관계에 얽힌 것들을 하나로 묶는 것보다 한길로 가게끔 하는 것이 통합이다. 오케스트라 연주의 하모니를 생각하면 된다. 10가지를 묶어 하나로 만드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 그건 사회주의에서 말하는 통합이다. 우리가 해야 할 통합은 다양한 것을 한 방향으로 같이 나아가게 하자는 것이다. 자기 위치에서 자기 일에 충실하며 한 방향으로 가면 된다. 방법론에 차이가 있더라도 목적이 같으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목적이 같아야 하는가.

 “그렇다. 정치 갈등도 국민의 이익, 국익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지면 풀릴 수 있다.”

 -3기 대통합위원회에 탤런트 이순재씨 등이 위원으로 영입됐는데.

 “이순재씨는 내가 직접 전화해 의향을 물었다. 흔쾌히 응하더라. ‘꽃보다 할배’란 프로그램 때문에 젊은 층에서도 인기가 많다. 14대 국회의원을 같이 했다. 또 다른 신임 위원인 박신언 신부와 성문 스님 모두 훌륭하신 분이다.”

 -3기 국민대통합위원회가 가장 역점을 두는 건 뭔가.

 “1, 2기 때 펼쳐놓은 과제를 구체화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이다. 국민대토론회도 더 확대해 한국의 토론문화를 바꾸는 데 기여할 생각이다. 특히 다문화가정과 북한이탈주민,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지금 다문화 세대가 29만에 이른다. 국내 거주 다문화 인구는 174만 명(행자부 통계)이다. 2세들만 20만 명인데 상당한 숫자다. 이 아이들이 성장해 온전히 국민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대책을 세워주고 배려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민 대통합에 상당한 지장이 있을 수 있다.”

 -지난해 위원회에서 국민대토론회를 열었다. 고교생들도 참석했는데.

 “고등학교 학생들이 20명 참석했는데, 학생들의 의견이 조미료를 안 친 음식처럼 청순했다. 토론을 시작하는데 ‘우리가 이거 이야기해도 반영이 됩니까’라고 묻더라. 고등학생들이 강조하는 건 공정성과 투명성이었다. 공정성과 투명성만 있으면 세금을 올리더라도 국민이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라는 거다. 토론회 전체로 보면 상생, 공정, 신뢰 이 3가지가 가장 많이 나왔다. 아마 이 3가지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정신이라고 본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향하는 목표는 뭔가.

 “(웃으며) 당연히 국민 통합이다. 국민 통합의 최종 결정판은 남북의 평화 통일이다. 사람이 꿈이 있어야 살듯이 나라도 비전이 있어야 한다. 우리 민족의 비전은 남북 통일이다. 한국이 자생하기 위해선 통일이 돼야 한다. 통일을 위해서는 국민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일을 위해 대통합위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한국에 있는 북한이탈주민이 2만8000여 명이다. 이분들이 아직 이질감을 갖고 있다. 교육이나 취직에도 애로를 겪고 있다. 이분들이 한국이 살 만한 곳이다, 통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통일을 앞당기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통합으로 가는 방법론을 꼽는다면.

 “세 가지다. 상대방 입장에 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다른 것 사이에서 같은 것을 찾는 구동존이(求同存異), 같지 않지만 화합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이런 것들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말이다. 우리는 말을 함부로 한다. 부부간에도 말의 본질보다 형태 때문에 싸우는 경우가 많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막말 때문에 생기는 불필요한 갈등이 있다. 이걸 순화하기 위해 위원회 차원에서 ‘고마워요’ 캠페인을 하기로 했다.”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은 뭔가.

 “계층의 양극화다. 지금은 경제 수준에 따라 교육도, 직장도 정해진다. 예전에는 시골 출신도 좋은 대학에 가서 고시도 붙고 했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적용됐다. 이 사다리가 막히면 안 된다. 계층 갈등 다음은 세대 갈등이다. 노령화 시대가 오며 복지 정책 등이 종합적으로 따라가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 같다. 정책도 탁상공론의 시대를 벗어나 현장 중심이 되어야 한다.”

 -2년간 위원회를 이끌면서 아쉬운 점은 없나.

 “통합 자체가 형이상학적인 말이다. 동전을 보면 앞면과 뒷면만 생각하지, 옆면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옆면이 없으면 앞뒤는 없는 거다. 통합은 바로 이 동전의 옆면과 같다. 통합위원회가 하는 일도 동전으로 치면 옆면이기 때문에 부각이 잘 안 된다. 1기가 레일을 깔았다면 2기는 구들장을 놓고 데우기 시작했다. 이번엔 그 온기를 확산시키는 작업을 할 것이다.”

인터뷰=박승희 정치부장, 정리=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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