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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한국 활’ … 이젠 MTB 정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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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경래 사장은 세계 최고 활을 만든 기술력으로 MTB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진 윈앤윈스포츠]

8일 광주 U대회 양궁 리커브 여자 개인전이 열린 광주국제양궁장. 기보배와 최미선이 치른 결승전에서 장내 아나운서는 “세계 최고의 경기를 보고 있다”며 관중의 호응을 이끌었다. 연장 슛오프까지 승부를 펼친 두 선수는 국산 브랜드의 활을 들고 접전을 치렀다.

 U대회에 참가한 한국 양궁 리커브 대표 6명 중 3명이 쓴 이 활은 국내 중소기업 윈앤윈스포츠가 만들었다. 기보배·최미선과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딴 구본찬(22·안동대)도 이 회사의 활을 썼다.

 경기도 안성에 본사 공장이 있는 윈앤윈스포츠의 활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참가 선수 50~60%가 윈앤윈스포츠의 활을 사용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도 참가 선수 325명 중 절반이 넘는 52%(169명)가 윈앤윈스포츠의 활을 들었다. 기존 양궁 활 시장을 주름잡던 미국(호이트)·일본(야마하) 기업들의 텃세를 이겨낸 결과다. 박경래(59) 윈앤윈스포츠 사장은 “U대회에서도 우리 활이 세계 정상을 다투는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1970년대 양궁 국가대표를 지낸 뒤 88년 서울 올림픽 양궁 남자팀 감독으로 단체전 금메달을 일궈낸 박 사장은 한국 양궁의 1세대다. 92년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그는 ‘세계 최고의 활을 만들어보겠다’며 이듬해 회사를 설립했다. 설립 초만 해도 활 날개에 금이 가서 전량 회수하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꾸준한 연구개발로 제조기술을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제조·생산 과정에서 양궁인 출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선수에게 친근한 활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윤미진(32)이 이 활을 들고 금메달을 따냈다. 박 사장은 “윈앤윈스포츠의 활은 내구성이 좋은 나노 카본 소재를 활용해 탄성이 좋으면서도 떨림이 적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윈앤윈 활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김정은은 2013년 3월 평양 창춘거리 체육촌에서 북한 양궁 선수들이 사용하는 활을 살펴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당시 북한 선수들이 사용했던 활은 2012년 윈앤윈스포츠에서 만든 것이었다. 박 사장은 “북한 선수들이 중국을 통해 구매한 것 같다. 한국 활의 우수성을 알고 북한 선수들이 ‘활 하나만 줄 수 없느냐’고 부탁하곤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때도 윈앤윈스포츠의 활을 들고 출전했다.

 박 사장은 고급 스포츠용 자전거(MTB·도로 및 트랙 사이클)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활을 제작하면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3년부터 자전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무게 630g의 세계 최경량 자전거 ‘위아위스(WIAWIS)’의 프레임(뼈대) 생산에 성공했다. 기존 해외 경기용 자전거(670~690g)보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것이 장점이다. 박 사장은 “올림픽을 통해 우리 활이 세계 1위에 올랐듯 세계적 자전거 경주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도 우리 자전거가 주목받는 날이 오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광주=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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