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려 재운 1개월 영아 사망, 보육원 생활지도사 무죄

중앙일보

입력

엎드려 자다 숨진 생후 1개월 영아를 돌본 생활지도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부(부장 김수일)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사회복지법인 소속 보육원 생활지도사 권모(32·여)씨에게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영아를 엎드려 재우는 것은 통계적으로 ‘사인이 증명되지 않는 영아 급사’의 위험 요인으로 지적된다”면서도 “엎드려 재우는 것과 영아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선 수많은 이론적 가설이 존재할 뿐 밝혀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영아 급사에는 엎드려 재우는 것 외에도 임신 중 산모의 흡연·음주·마약복용·영양부족·부적절한 산모관리·영아의 성장부전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며 “급사를 유발할 수 있는 태생적 요인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권씨의 주의의무 위반과 영아의 사망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숨진 A양은 지난해 4월 19일 서울 한 교회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된 아기였다. 발견 며칠 후 보육원으로 옮겨졌고 사고가 난 같은 해 5월 15일까지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권씨는 이날 새벽 우유를 먹은 A양이 울면서 쉽게 잠들지 못하자 엎드리게 한 채 등을 토닥여 재웠다. 이후 다른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자리를 떴다. 약 1시간 10여분 뒤 또 다른 보육교사가 A양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얼굴이 창백했고 몸이 축 처진 상태였다.

A양은 인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병원은 사인을 ‘토사물의 흡인으로 인한 호흡부전’ 등으로 판단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에서는 ‘사인은 불명으로 영아급사증후군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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