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디플레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 주요 은행이 연쇄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에서 2%로 0.5%포인트 내렸다. 이는 ECB가 출범한 이후는 물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 만의 최저 수준이다. ECB는 1999년 1월 출범 이후 이번까지 모두 여덟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ECB가 이번에 비교적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경기 침체가 심각한 데다 올들어 유로화 가치가 달러 등에 비해 급격하게 오르면서 유럽 기업의 수출 경쟁력과 수익성이 떨어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ECB는 올해 유로권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에서 0.7%로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유럽 간의 환율 전쟁이 이번 ECB의 금리 인하에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유로화 가치가 크게 오른 데엔 미국의 기준금리(1.25%)가 유로권보다 낮다는 점이 한몫했다. 국제 금융자금이 더 높은 이자를 찾아 유럽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도 최근 디플레이션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서 '보험'이 필요하다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오는 25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준은 현재 기준금리를 42년 만의 최저치인 연 1.25%로 유지하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ECB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유로가 강세를 보였다. 미 연준이 ECB의 금리 인하에 맞춰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스웨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99년 이후 최저수준인 연 3%로 0.5%포인트 내렸으며, 유럽 제2의 경제대국인 영국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48년 만의 최저수준인 연 3.7%로 유지했다.
서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