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시의 신년사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시의 새해 설계가 선보였다. 88대교를 새로 건설하고 도심에 시민공원도 크게 확충하는 등 의욕적인 청사진이 제시되고 있다.
더구나 한강종합개발사업을 보면 유람선을 띄우고 수상스키·요트장 등 레저와 스포츠시설을 갖추는 등 운치있는 도시로 한발짝 다가서는 인상이다.
시민의 최대 관심사인 교통문제도 지하철 3, 4호선을 8월까지 단계적으로 완전 개통하며 버스와 지하철의 연계수송 체제를 구축하고 도심순환선을 운행, 원활한 교통소통과 쾌적한 교통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어서 반갑다.
서울시의 올해 예산이 2조원을 넘어 비록 방만한 예산이라고는 하더라도 한편에서는 도시의 기본골격을 형성시키거나 뜯어고치는 굵직한 사업들을 벌여야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시민의 변익을 위한 사업들을 추진해 가자면 턱없이 모자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더구나 서울시의 지방의회가 없는 실정에서 시민들의 요구와 의사를 일일이 수렴해 사업들을 벌여야하는 사정이고 보면 시정을 맡은 관계자들의 고충도 이해된다.
그러나 이번. 서울市의 사업계획을 보면 너무 전행위주의 사업들이 많이 나열된 점과 사업의 우선순위가 경시되어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더구나 해마다 청주시만한 인구가 늘어나고 이의 59%가 지방에서 유입되고 있는 심각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 대책이 없다시피하다.
88대교만 하더라도 강남의 풍납동과 강배의 구의동을 잇는 다리로서 현재 이지역의 교통혼잡도로 보아 건설이 절실함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풍납동은 작년 수해때 격심한 물난리를 겪었던 지역이다. 이곳 주민들의 한결같은 요구는 다시는 수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방을 새로 구축하고 수로를 트고 보다 완벽한 유수지 펌프장을 증설하는 문제다.
이처럼 시민들의 요구는 대교를 건설한다든가, 유람선을 띄운다든가 하는 거창한 사업에 앞서 시민생활에 보다 절실한 사업에 우선순위가 정해지기를 열망하고 있다.
앞서 여러차례 거론되었듯이 서울市의 2兆원이 넘는 방대한 예산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처리되고 쓰여지느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나 감시는 시민들의 당여한 권리요 요구다.
서울시는 이러한 취지에서 지나번 예산편성 때 시민의 의사들 묻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고삐없는 서울시예산」이라는 명예스럽지 못한 별칭이 붙은 서울시예산의 집행은 불요불급한 사업이나 선후가 뒤바뀐 사업에 쓰여서는 안될 것이다. 이 원칙이 무시된다면 예산의 낭비라는 비난도 면치못할 것이고 예산효율의 극대화 원칙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지적할 사항은 현재 서울의 인구증가 추세대로라면 1년에 청주시만한 규모의 도시건설을 해야만 현상유지만이라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2조원의 예산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그만한 규모에 해당하는 도시를 확장하다보면 다 른 사업에는 여력이 없을 것은 당연하다. 서울시예산이 1천억원대에 불과했던 60년대나 2조원이 넘는 지금이나 여전히 불변하고 건설을 해야할 부문이 남아 있는 이유도 바로 유입인구의 문제가 선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의 계획은 전국의 인구정책 테두리에서 짜여져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서울시 단독으로 마련되고 집행되어서는 서울시의 숙제는 영원히 남을 뿐이다.
21세기의 문턱에 다다른 시점에서 서울시의 모든 사업과 계획도 21세기에 대비한 장기안목에서 마련되고 다듬어 주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