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략의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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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무역 환경과 시장 여건이 크게 바뀌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의 통상정책과 수출드라이브도 질적인 전환을 이룩해야할 때가 되었다. 지난해 우리의 수출이 겪었던 여러가지 곤경들은 개별적으로는 저마다의 특수한 요인을 안고 있었지만 그 줄거리에서는 대동소이한 구조적 문제들이었다.
선진공업국들의 강화된 보호주의가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는 빠른 성장세의 중진국이나 개도국들과의 산업구조적 마찰에서 그 근원을 찾아야하며 이같은 마찰은 적어도 80년대 안에는 원만히 조정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세계무역의 차원에서 새로운 국제적 협력체제가 재구성되거나 선·중진국간의 산업조정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계속 보호와 규제, 마찰과 대립이 지속될 것으로 보아 우리의 대응전략도 이에 맞게 재구성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더우기 올해는 연간수출이 3백억달러를 넘어서는데다 외채부담의 완화와 국제수지 개선이 최대과제로 부상되고 있는만큼 통상관계정책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질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새로운 통상법의 제정을 비롯하여 통상관련 법령과 제도의 정비문제가 다각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이같은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통상법의 신규제정 문제는 선진국들의 급증하고 있는 수입규제와 시장개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그 필요성이 인정될뿐 아니라 대외거내의 공정화를 위해서도 검토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선진국의 수입규제와 보호가 최근들어 덤핑과 모방상품 등 불공정거래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고 수입개방 압력도 상호주의 원칙으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의 통상정책과 전략도 종래의 일반원칙론에서 탈피, 세분화·전문화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통상법이 이같은 국제환경의 변화를 포괄하고 우리의 신축적 대응을 가능케 하는데 필요하다면 조속히 관계전문가와 업계간에 협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능하다면 이같은 법제정을 통해 또 하나의 당면과제인 구조적 무역역조국문제도 대응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가장 문제되고 있는 일본과의 무역역조는 그것이 비록 양국산업구조간의 특수성에서 빚어진 것이라해도 우리의 자주적 노력으로 얼마든지 시정될 수 있는 여지를 안고 있다. 대일역조의 분야별 대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강력한 수입관리만 시행한다면 뿌리깊은 대일역조의 상당부분은 시정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대일역조의 요인이 되어온 기계류 수입만해도 대내적으로 기계류 국산화와 국산기계구입에 대한 합리적인 유인의 제공이 강화된다면 수입대체가 얼마든지 가능한 분야이다.
우리의 년간수입도 3백억달러를 넘는다는 사실은 국제시장에서의 강력한 무기가 될수 있으므로 수출입연계를 강화하여 상대국의 수입규제와 시장개방 압력은 물론 역조시정에도 다각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한다. 통상관계자와 수출업계의 보다 긴밀한 협조와 제도의 정비가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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