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돈 많이 풀려|2조원 돌파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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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는 돈이 하반기에, 특히 연말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풀리고 있다.
돈을 풀든 거둬들이든 충격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서서히 단계적으로 일관성 있는 흐름을 지켜야할 통화의 「수문관리」가 올해는 「가뭄 아니면 홍수」식으로 내닫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상반기 내내 풀린돈(층통화 평균잔액 기준)은 불과 6백80억원에 지나지 않더니 하반기 들어 지난 11월말까지 풀린 총통화는 무려 1조4천5백70억원에 이른다. 한은의 예상으로는 12중 새로 약 6천2백억원의 총통화가 풀릴 것이므로 결국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의 30배가 넘는 2조7백억원 가까운 돈이 풀려나가는 셈이다.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많은 자금수요가 몰리는 우리경제의 계절적 통화공급패턴을 감안하더라도 상반기와 하반기에 「4대6」정도의 총통화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정상이었지 올해와 같이 「1대30」정도의 극단적인 불균형을 보인 것은 그 예가 없었다.
화폐발행액을 비교해봐도 올 상반기에는 무려 3천3백40억원이나 줄어들었던 것이 하반기 들어 11월까지만 무려 3천5백억원이 늘어나는 극단적인 반전추세를 나타냈다.
연말에 이 정도의 여유가 있을 것 같았으면 상반기에 그토록 심한 긴축까지 몰고 갈 필요가 없었고 나아가서 연말 총통화증가을 9.5%선 억제라는 것도 최근의 급격한 통화팽창을 감안하면 별 의미가 없는 「통화안정」이다.
실례로 지난 3·4분기중의 성장률(4.7%)이 상반기(8.6%)에 비해 급격히 떨어진 것은 상반기의 지나친 통화긴축에 그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최근 모 조사기관에서 거론되었었다.
또 최근 11월중의 경기선행지수가 상승, 그간의 경기후퇴론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반론이 득세하는 것도 하반기에 몰려 풀려나간 돈의 양을 생각하면 결코 좋지않은 방법으로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오죽하면 최근 모 종합상사사장은 『예년 같으면 연말에 다소 높은 금리의 자금이라도 물살 확보하기에 애를 먹었으나 올해는 자금사정이 놀랄 정도로 풍성하다』고 말하고 있고, 은행담당자도 『올 연말엔 과연 자금이 잘 돌아간다. 문제는 선거가 끝난 내년3월인데 그때 가서 돈을 다시 거둬들이느라 큰 고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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