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유승민 “더 고민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자신의 사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회의 뒤 일부 최고위원의 사퇴 요구에 대해 “고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경빈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9일 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장 원내대표직을 그만둘 뜻이 없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에 따라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8명이 참석한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서청원·김태호·이인제·이정현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가 정상적인 원내대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진 만큼 조속히 물러나야 된다”고 압박했다. 특히 당내 친박계 좌장격인 서 최고위원은 국회법 개정안이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으로 부결되는 시점에 맞춰 사퇴할 것을 권고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자진 사퇴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내 거취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원내대표는 자신에 대한 재신임은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결론 난 사안이란 생각이 확고하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회의에서 온건파인 원유철 정책위의장과 김을동 최고위원은 “ 국회법 재의 절차와 추경예산안 처리 문제가 있으니 유 원내대표가 마무리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위원회의 직후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들이 ‘(국회법 개정안 협상) 결과에 대한 책임은 유 원내대표가 지는 게 좋다. 당을 위해 희생하는 결단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유 원내대표는 ‘잘 경청했다. 고민하겠다’고 얘기를 맺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저는 당의 대표로서 어떠한 경우라도 당의 파국은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얘기했다”며 “이 문제를 최고위에서 끝낼 일인지, 의원총회에서 끝낼 일인지에 대해선 조금 이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의원총회를 열어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 표결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선 “당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2시간20분간의 회의는 유 원내대표에게 일단 시간을 더 주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계가 요구하는 대로 유 원내대표가 조기에 사퇴할지는 불투명하다. 회의 뒤 서 최고위원은 “큰 가닥이 잡혔으니 곧 유 원내대표가 대승적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의원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론에 정면으로 맞설 경우 친박계와 비박계 간 충돌 국면이 길어질 수도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국회법 개정안 재의 일정에 대해 여야 협의가 안 되면 국회의장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며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할 뜻을 시사했다.

글=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