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대교의 경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강의 14번째 다리인 동작대교가 준공되자 많은 시민들은 강남과 강북간의 교통이 훨씬 수월해질것으로 기대했다.
이 다리가 개통된지 40일이 지난 지금 당초 예상은 영 빗나가고 말았다. 한강위의 교량 가운데 제3한강교의 하루 평균 교통량이 15만대이고 가장 적은 제2한강교가 4만대인데 비해 동작대교의 교통량은 고작 1만5천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5백53억원의 돈에 6년이란 시일이 걸려서 건설된 교량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것은 이유가 어디에 있건 범연히 보아넘길 일은 아니다.
동작대교가 강남북을 잇는 교량으로서 역할을 못하는 까닭은 한마디로 시내 중심부로 들어가는 직선도로가 뚫리지 않은데 있다.
그러나 그런 조건이 갑자기 생긴것이 아니라 다리를 설계할 당시에도 있었던것을 생각하면 행정당국의 보다 면밀한 계획성이 여간 아쉽지 않다.
5백억원이라면 서울시 총예산의 40분의 1에 이르는 막대한 돈이다. 이러한 예산을 들여 교량을 놓을 때는변두리로부터 시내중심지에 이르는 로폭조정은 말할것도 없고 교량건설에 따른 교통량 소화예측도 정확하게 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서울시당국이 동작대교를 놓으면서 주먹구구식으로 교통량예측을 했다고 믿고싶지는 않다. 그러나 하루온종일 차량으로 붐비는 다른 한강다리에 비해 유독 동작대교만이 한산한것을 보면 교량을 건설해놓으면 도심에 이르는 직선도로는 어떻게 뚫을수 있겠지하는 막연한기대를 갖고 공사에 착수한것은 아닐까.
6·25당시만해도 2개에 불과하던 한강다리가 14개나 건설된것은 상주 인구의 절반 가량이 강남에 살기 때문이다. 영동이 주거지역으로 개발되고 강동·강서등 한강이남 지역이 집중적으로 개발되면서 남북을 잇는 교량건설은 그 필요성이 절실해진것이다. 다리를 놓을 때는 하루 통행량은 물론 일정기간의 교통량 증가주세까지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그동안 놓은 성수대교·성산대교 잠실대교·천호대교등이 비교적 정확한 교통량 예측을 기초로 건설된것으로 우리는 평가하고 있다.
유독 동작대교만 문제다. 기왕 막대한 예산을들여 건설한 이상 이다리가 당초 기대한 구실을 하도록 하는 최선의 방책을 찾지않으면 안된다.
동작대교와 연결되는 직선도로를 놓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외교교섭이 있어야한다. 서울시의 교통소퉁과 관련해서 외국기관과 협의할 지역은 이밖에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의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다고 단념할게 아니라 서울의 교통사정을 들어 설득 하면 외국기관의 협조를 얻는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닐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새로운 주거지역이 건설되고 대형건물이 늘어남에 따라 서울의 교통량은 한결 복잡해지고 교통지도 또한 그때마다 변할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가령 여의도의 60층짜리 건물이 준공되면 이지역외 교통량은 30만명은 더 늘어날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도로나 교량건설 계획은 그러한 교통량의 변화에 맞추어 예산을 최대한 절약한다는 원칙을 세워지고 집행해나가야 할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