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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는 왜 나만 물까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뉴스위크]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 피를 더 빨기 위해 걸러낸 피를 내보낸다.

어떤 사람은 자고 일어났을 때 모기에 물린 자국이 많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지 의아한 적이 있었는가? 말라리아 감염을 연구하는 의사들은 그 이유가 유전자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질병을 옮기는 모기나 다른 곤충을 유인하는 체취가 유전자 때문이라는 발견으로 이제 말라리아 같은 질병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방법에 혁명이 일어날지 모른다.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과대학원(LSHTM)과 다른 여러 연구소가 공동 실시한 이 연구는 모기가 특정인을 더 많이 무는 이유가 유전자에 있다는 것을 처음 밝혀냈다. 유전자가 체취에 관여함으로써 그런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모기에게 덜 물리는 사람은 피부에서 모기를 쫓아내는 자연 방충물질을 분비한다.

LSHTM의 위생곤충학 교수 제임스 로건 박사는 “유전자에 근거한 개인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모기를 통제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 같은 질병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지 모른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 퇴치가 가장 시급한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3년 감비아 얼룩날개모기(아노펠레스감비아) 암컷이 매개체인 말라리아로 숨진 사람이 약 53만400명에 이르렀다.

로건 교수는 “앞으로 어느 유전자가 체취에 관여하는지 알아내면 새로운 방충물질을 개발하고, 모기에 물려 병에 걸릴 위험이 가장 큰 사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 피부에서 분비되는 자연 방충물질 분비를 촉진하는 약을 개발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모기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LSHTM, 영국 노팅엄대학, 미국 플로리다대학의 연구팀은 일란성 쌍둥이 여성 18쌍과 이란성 쌍둥이 여성 19쌍을 대상으로 시험했다. 모기가 들어 있는 튜브 안에 그들이 손을 넣자 일란성 쌍둥이들은 모기에 물리는 횟수가 자신의 쌍둥이 형제·자매와 비슷했다. 반면 이란성 쌍둥이들은 물린 횟수가 자신의 쌍둥이 짝과 20~50%가량 차이가 났다.

로건 교수는 “유전자가 일란성 쌍둥이는 100% 똑같고 이란성 쌍둥이는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모기의 선호가 유전자 탓이라면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선 모기에 물리는 상관관계가 밀접하게 나타나고 이란성 쌍둥이 사이에선 드물게 나타날 것이다. 우리 시험 결과처럼 말이다. 일란성 쌍둥이들만 모기에 물리는 횟수가 비슷하다는 것은 유전자에 모기를 끌어당기는 어떤 요소가 들어있다는 뜻이다. 체취와 관련된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에 의해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취에 따라 모기에 잘 물릴 수도, 덜 물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암컷 모기는 교미와 산란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단백질이 풍부한 혈액을 선호한다. 그 모기는 채취에 따라 누구의 피를 빨지 선택한다. 그러나 반드시 유전자만 관련 있는 건 아니다. 임신부는 다른 사람보다 모기에 더 잘 물린다. 또 모기는 체질량 지수가 높은 사람도 선호한다.

2013년 아프리카의 5세 미만 어린이 43만 명 이상이 말라리아로 사망했다. 전 세계의 13억 명이 말라리아나 다양한 형태의 모기 매개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말라리아를 앓았거나 말라리아로 사망한 유명인 중에는 알렉산더 대왕, 칭기즈칸, 17세기 영국 정치인 올리버 크롬웰, 영국 시인 바이런, 테레사 수녀, 영국 배우 마이클 케인, 교황 5명,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롬부스 등이 있다.

글=크리스찬 제닝스 뉴스위크 기자
번역=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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