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메르스 법안만 처리 … 크라우드펀딩법 등 61개는 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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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야당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관련 법안을 제외한 모든 법안 처리를 거부하면서 25일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기다리고 있던 61개 법안도 결국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상당수는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통과를 신신당부해 온 법안이다. 특히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은 박 대통령이 청년 창업 지원을 위해 조속한 처리를 요구한 대표적인 ‘창조경제 법안’이다. 새롭게 창업하는 벤처기업이 온라인에 아이디어를 올리면 소액투자자들이 성공할 만한 사업을 판단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엔 사모펀드의 설립·운용·판매 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거대 대부업체 감독권한을 지자체에서 금융위원회로 넘기도록 하고, 대부업체의 TV 광고를 제한하는 ‘대부업법 개정안’, 하도급거래의 보호 대상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개정안’, 은행과 저축은행에서만 시행하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2금융권 등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 개정안’ 등 정부·여당이 처리를 요구했던 경제 관련 법안들도 줄줄이 막혔다.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들 법안은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민생법안이라 하루빨리 통과돼야 하는 법안인데 처리가 미뤄져 아쉽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지적한 법안들은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면 진작 통과됐을 법안”이라고 말했다.

 국민 안전과 관련된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개정안’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 법안은 총기 사고를 막기 위해 총기뿐만아니라 탄알도 경찰이 보관하고, 총기와 총기 소지자의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총기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또 폭력범죄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사람은 아예 총기를 소지할 수 없도록 했다. 올해 2월 세종시와 경기도 화성시에서 잇따라 총기 사고가 발생하자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법안이지만 처리가 미뤄지게 됐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감염병 예방관리법 개정안’ 한 건이었다. 법안은 감염병이 발생하면 중앙정부가 환자의 이동 경로와 진료기관에 대한 신속한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지자체와 교육청이 공유하도록 했다. 또 메르스 사태 당시 한계를 드러낸 역학조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30명, 시·도에 각 2명 이상의 조사관을 배치하고 긴급상황 시엔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정종문·김경희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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