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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일단 결렬 … 내일 다시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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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일단 결렬됐다. 25일 브뤼셀의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채권단은 법인세 인상과 부자 증세를 골자로 하는 그리스의 협상안을 거부했다. 이날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만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마테오 렌지 이탈리아 총리, 앙겔라 메르겔 독일 총리(왼쪽부터). [브뤼셀 AP=뉴시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일단 결렬됐다. 그러나 오는 27일(현지시간)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를 열어 협상을 재개하기로 해 타협의 여지는 남겨뒀다.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그리스와 채권단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채권단은 그리스가 내놓은 연금 삭감과 법인세 인상, 부자 증세 등의 방안이 채무 삭감에 큰 도움이 안 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알렉산더 스투브 핀란드 재무장관은 이날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가 협상에 성공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은 25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타결된 뒤 이날 오후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추인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무산됐다. 그리스는 이달 말일까지 채권단으로부터 돈을 빌려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오는 30일 만기인 국제통화기금(IMF) 부채(15억4000만 유로)를 갚을 수 없게 돼 국가 부도 사태를 맞게 된다. IMF 대변인 게리 라이스는 “그리스 부채의 만기를 연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때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그리스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그리스는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받은 구제금융(약 2450억 유로)을 받았다. 이달 말로 끝나는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 지원금이 72억 유로다. 이 돈의 지급을 놓고 그리스와 채권단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유럽 정상들은 그리스의 채무불이행이 유로존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해 협상을 성사시키려 한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증시가 다시 열리는 오는 29일까지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테오 렌지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EU 정상회에서 그리스 위기를 해소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만간 그리스와 채권단이 해결방안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향한 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에 대한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유동성 지원도 중단돼 그리스는 자본 통제 조치에 돌입할 수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에도 완전히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IMF의 부채를 갚지 못해 디폴트를 맞게 되지만 상환 기간 연장이나 추가 협상 등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 유로존에 남는 것이다. 유럽 증시와 채권 시장은 하락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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