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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양다리 외교 <주원상 파리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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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프랑스는 자기들의 외교가 「균형」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고 늘 강조한다. 그리고 프랑스외교관들은 자기들 스타일의 외교를 「외교의 예술」이라고 흔히 뽐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른바 균형외교는 호의적으로 표현될 때 매끄러운 외교라는 말을 듣지만 양다리외교라는 비판적인 평가를 받는 때도 많다.
파리주재북한통상대표부의 「총대표부」승격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외교패턴이 어떠한 외교적 도전에도 적절히 대응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갖춰야겠다는 바람이 앞선다.
지금은 북한의 서방진출 못지 않게 한국도 동구공산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프랑스의 협력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할 때다.
북한통상대표부의 「준외교대표부」승격(북한측주장)이 지난 15일 평양방송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뒤 파리의 한국대사관이 프랑스외무성에 확인한 바로는 외무성이 14일 의전실공한으로 「통상대표부」의 「총대표부」로의 명칭변경을 11일부터 소급해 허용한다고 북한측에 통보한 것으로 돼있다.
프랑스외무성의 국제법전문가가 고안해 냈다는 세이 있는 「총대표부」란 특수한 외교관행은 물론 주재국정부의 재량에 따라 대표부의 활동반경이 각기 달라지지만 그동안의 불-북한관계의 진전과정을 볼 때 프랑스외무성의 설명대로 이번 조치를 한낱 명칭변경으로 치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상적인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사이에서의 총대표부 설치란 외교관계수립의 전단계로 그 문턱이나 다름 없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며 프랑스측의 이번 조치직후 파리주재의 여러 외국공관이 한국대사관에 문의와 확인전화를 했던 것으로도 이 조치가 파리 외교가에서 어떤 무게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명칭변경이전에 벌써 북한통상대표부의 외교관 차량번호가 종래의 3개에서 6개로 늘어나있었던 사실, 이번 조치가 「셰송」외상에서 「뒤마」외상으로 프랑스외교사령탑이 바뀌는 어간에 이뤄진 점등도 「명칭변경」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요소들이다.
이런 과정이 프랑스외교관들이 말하는 「외교의 예술」인지, 프랑스식 외교스타일인지는 알바 아니지만 그간의 한불관계나 또 불-북한관계의 진전에 큰 관심을 가져왔던 한국정부의 입장을 생각했다면 적어도 사전통보만은 해줄 수 있는 의리(?)가 있어야했지 않나 싶다.
프랑스의 외교스타일은 그렇다 하더라도 파리의 북한통상대표부가 총대표부로 간판을 바꾸어 달게 된 사실을 평양방송보도로나 접하고, 뒤늦게 확인이나 하게 된 파리의 한국대사관이나 서울의 외무당국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불-북한문화교류협정체결(10월19일·평양방송보도) 사실도 공교롭게 같은 경로로 접하지 않았던가.
불북한의 외교관계수립사실도 어느 날 느닷없이 평양방송보도를 통해 발표되어 한국대사관이나 외무당국이 이를 부랴부랴 확인해야하는 딱한 일이 있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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