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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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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 일각의 한 가정집에 침입했던 10대 복면강도가 경찰관이 쏜 총탄에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당국은 경찰관의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사후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방침이다.
우리 형법 제21조는 「정부방위」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다.
그러나 이때에는 침해될 법익의 종류와 정도등 구체적 사항이 참작된다. 사회 통념에 비추어 필요한 행위로 용인되는 정도일 필요가 있다.
가령 총을 든 두 사람의 경찰관이 20cm정도의 과도를 든 한 범인과 다툴 때 정당방위 행위가 적용될 수 있는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11조는 무기사용을 규정하고 있다. 범인 체포, 도주방지,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방호등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상당한 이유」는 순간적으로 경찰관 혼자서 판단해야한다.
66년6월 집단 편싸움을 한 깡패를 추격하던 어느 순경은 깡패로부터 몽둥이로 머리를 맞고 칼에 어깨를 찔렸다. 그 순간 그는 권총을 발사, 1명의 머리에 관통상을 입혔다.
사건 직후 그는 「용감한 경찰」로 표창받았다. 그 1년후 피해자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과잉방위」라는 주장이다.
1심에서 패소한 경찰관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정당방위」로 인정받았다.
83년 「대도」조세형의 체포당시에도 과잉방위의 논란이 있었다. 『자수하겠다. 쏘지말라』고 하는 조에게 경찰이 총을 쐈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건 경찰은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 흉악범에 대한 세평이 알게 모르게 반영된 것도 같다.
미국의 경우, 주법에 따라 경찰의 정지명령을 어기고 도주만해도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고이 있다.
범인의 총탄에 맞아 희생되는 경찰관이 연간 평균 1천5백명이나 되는 나라에서 그런 정황은 이해가 간다.
대신 경찰의 총격에 죽는 용의자는 7백명에 그친다.
그 미국에서 가장 흉악범이 많은 곳은 뉴욕. 그곳 경찰은 막강한 특수무기 공격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출동에 앞선 선발대는 무기를 쓰지 않는 협상전담반이다. 물론 그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의 얘기이긴 하다.
영국경찰이 무기를 피하고 기껏 곤봉으로 대신하는 것도 예사로 볼일은 아니다. 문제는 총기를 사용할 정황은 급박한 상황이고 그 결정을 혼자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정은 『어리둥절』이니 『단순한 공포』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경찰관 개개인의 자질과 인격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실감할 수 있다. 총기를 소지하는 사람에겐 늘 그런 교육도 충분히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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