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에 버킷 불법 설치…KT·LG유플러스 관계자 등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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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 작업용 화물차 수백 대를 불법으로 구조변경한 대형 통신업체 관계자와 업자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4일 인부들이 탑승하는 상자 형태의 버킷(bucket)을 선로 작업용 화물차에 불법 설치한 혐의로 KT 상무 고모(53)씨와 LG유플러스 직원 등 통신업체 관계자, 차량 소유주와 특수 차량장비 제조업체 관계자 등 총 1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무등록 자동차 정비업소를 운영하며 화물차 적재함 폭이나 높이를 불법으로 늘려준 업자들과 정상적으로 구조 변경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작업완료증명서를 발급한 정비소 대표 등 15명도 입건했다.

통신업체 관계자들은 지난 2009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유압크레인이 장착된 화물차 473대에 지상에서 2m 이상 높은 곳에서 선로 작업을 하기 위한 버킷을 설치하는 불법 구조변경을 한 뒤 전국의 사업소에서 운행하도록 한 혐의다.

KT와 LG유플러스 측은 당초 버킷이 설치된 화물차를 구입할 때보다 대당 1000만~2000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점을 노렸으며 실제로 각각 22억원과 25억원을 절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 공주시에 있는 특수 차량장비 업체는 버킷을 불법 설치해주는 대가로 대당 600만원씩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차주들은 매년 정기·종합검사 때는 버킷을 뜯어내고 검사를 받아 단속망을 피했다.

무등록 정비업자의 경우 1급 정비업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화물차 적재함의 폭을 기존보다 15~21㎝ 늘리거나 짐이 쏟아지지 않게 하는 측면의 높이를 기존 45㎝에서 200㎝까지 높인 것으로 밝혀졌다.

불법 구조변경 후에는 1급 정비소에 대당 4만원을 건네고 정상적으로 작업한 것처럼 허위 작업완료증명서를 받았다. 자동차 검사소 관계자들은 화물차 검사 때 불법 구조변경을 묵인하는 대가로 대당 10만원을 받고 자동차 검사 결과표를 허위로 작성해 교통안전공단에 제출했다.

김신웅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불법 설치된 버킷에서 작업하면 추락이나 전복 등 각종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통신업체들은 안전상 문제에도 불구하고 돈을 아끼기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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