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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농민 어울려 정겨운 ‘팜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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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이 시골 농장에서 생산자와 함께 수확한 농작물로 요리를 해먹는 팜파티를 즐기며 캠핑을 하고 있다.

요즘 팜파티(farm party·농장 파티)가 인기를 끌고 있다. 팜파티는 도시인들이 농촌에서 농산물 생산을 체험하고 수확한 농작물로 음식을 직접 만들어 생산자와 함께 즐기는 것이다. 전국 농촌 마을마다 팜파티를 열고 도시인의 발길을 끌어모으느라 분주하다. 참여하는 소비자도 즐겁다. 친환경 먹거리, 건강한 몸 만들기, 생산자 직거래 등을 동시에 할 수 있어서다. 흙과 고향에 대한 향수, 여유와 치유는 덤이다.

팜파티에 힘입어 캠핑도 농촌 탐방이 대세다. 팜파티를 즐기며 생산지에서 숙박해 팜핑(farmping)으로 불린다. 농장(farm)과 캠핑(camping)의 합성어다. 팜핑은 가족이 함께 즐기는 대표 여행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아이들이 농산물의 생산에서 유통·가공 과정을 체감하고 올바른 먹거리 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다. 흙 한 번 밟기 어려운 도시 아이들에겐 감성을 자극하는 시간도 된다.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윤성이 교수는 “일본에서는 농작물을 수확하는 1차산업, 이를 가공하는 2차산업, 캠핑 문화 3차산업이 어우러졌다고 해서 6차산업이라 불린다”며 “농촌이 소비자와 소통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한 예로 경남 산청에서 소비자들이 모내기에서부터 해충 잡기, 수확하기, 떡 만들기 등 쌀 생산 과정에 함께 참여한 일명 ‘메뚜기 쌀’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고 윤 교수는 말했다.

농장에서 캠핑 즐기는 ‘팜핑’ 가족 늘어

도시인이 농장에서 친환경으로 기른 채소들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 보라체험농원]

팜파티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으려는 소비자와 정직한 먹거리를 알리려는 생산자가 만나 만들어진 상생 문화다. 소비자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생산자는 제값에 안정적인 판로를 찾을 수 있어서다.

팜스테이(farmstay)는 물놀이·수확 같은 일부 농촌문화를 놀이처럼 단편적으로 즐기는데 그쳤다. 하지만 팜파티는 농산물 생산 과정에 참여해 올바른 먹거리 문화를 체감하는 형태다. 이를 하나의 축제처럼 꾸민 것이다.

발효액으로 버무린 산나물 뷔페 팜파티에 다녀온 조삼현(52·서울 연희동)씨는 “조촐하고 심심한 맛인데도 달콤함이 느껴졌으며 위에도 부담이 없어 편했다”며 “큰돈을 줘도 아깝지 않은 건강한 맛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런 배경으로 요즘 다시 관심을 끄는 문화가 슬로 푸드(slow food)다. 패스트 푸드의 반대말로 햄버거처럼 전 세계 똑같은 맛을 지양하고 나라·지역별 전통과 개성이 담긴 음식문화를 이어가자는 움직임이다. 농산물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며 이 영양소를 잘 다듬어 천천히 먹는다는 뜻도 있다.

우리나라 음식문화가 대표적인 예다. 가평 힐링가든 팜파티, 에코피아 가평 발효 팜, 재즈 팜 장아찌 등 경기도 가평의 세 협동조합은 지난해 말 손잡고 슬로 푸드 운동을 펼치고 있다. 스스로 체험(Self service), 지역 농산물(Local food), 친환경(Organic), 주말(Weekend)의 뜻을 담아 ‘가평 팜파티 SLOW’ 브랜드도 만들었다. 신동진 가평 팜파티 SLOW 사업단장은 “조합원인 생산자들이 소비자와 손잡고 농산물을 수확하고 음식을 같이 만들어 나눠 먹는 경험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건강한 음식문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며 “팜파티가 공정무역이자 생태농업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시·도 농업기술센터, 팜파티 전문가 양성

팜파티는 교육 대상이자 연구개발 주제로도 인기다. 교사들이 농업과 먹거리 문화를 배우는 연수 현장으로 팜파티를 찾고 있다.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학생들도 지난 5월 도시와 농촌의 상생 방안과 6차산업을 연구하기 위해 팜파티를 찾았다.

팜파티는 창업과 귀농·귀촌 수단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전국 시·도 농업기술센터마다 팜파티 전문가를 기르는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모집인원을 늘릴 정도로 지원자가 몰린다. 가평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가평클린농업대 생태농촌관광과의 경우 필기시험과 면접까지 치른다.

충주농업기술센터 테마농업팀 이대희 담당은 “농산물 생산 과정을 설명하거나 체험 방법을 안내하며 행사를 진행하는 팜파티 해설사 직업까지 등장했다”며 “팜파티는 집에 돌아가서도 체험한 농산물을 계속 구입하거나 또 다른 연계 체험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관계기사 2면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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