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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여론주도층에 한국전문가 더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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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에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유현석(사진)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은 18일 서울 수하동 KF문화센터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채 (미국이나 중국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한국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건 (한국의 국력 신장에 따른) 변화된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쪽만을 편들 수 없는 한국의 특성을 감안할 때 최선의 방법은 미·중 여론 주도층에 평소 한국의 입장을 잘 설명하는 한편, 한국에 관심 있는 정책 전문가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미국 에서 일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크게 들리는 반면 한국을 위한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 내 한국 전문가는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등 손에 꼽을 정도”라며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이 최근 ‘한국 연구자들이 워싱턴에서 영향력을 갖지 못하는 건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임계량: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위한 충분한 양)’가 안 되기 때문인 만큼 하루빨리 한국 전문가들을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재팬파운데이션(JF) 산하 대미 공공외교 전담 조직인 글로벌파트너십센터(CGP)와 태평양전쟁 A급 전범 출신인 사사카와 료이치(笹川良一)가 만든 민간 공익법인 사사카와평화재단(SFP)이 미국의 정계와 대학·싱크탱크 등의 일본 전문가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일본의 대미 공공외교 예산은 한국의 유일한 공공외교 전문기관인 KF 워싱턴사무소의 연간 예산(15억원)의 80~100배 수준”이라며 “미국의 일본 연구자들이 융숭한 대접을 받는 반면 한국 연구에는 별다른 지원이 없어 이를 기피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KF가 지난 10일 미국의 우드로윌슨센터에 ‘현대차-KF 한국 역사 및 공공정책 연구센터’를 출범시킨 것도 미국 내 한국 연구자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이 센터에는 현대자동차가 200만 달러, KF가 100만 달러를 출자했다.

 유 이사장은 “내년까지 CSIS·CFR·브루킹스연구소·우드로윌슨센터 외에 1~2개의 싱크탱크에 한국 연구 프로그램을 만들어 미국 내 한국 연구자들의 저변을 넓히고 싶다”며 “현대자동차와 같이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박준영 인턴기자 (미 브랜다이스대 사회학 3년)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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