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는 너무 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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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마르크스」사상은 태어나면서부터 저항과 비판에 직면했다.
그것은 우, 즉 자본주의로부터의 도전에도 대응해야 했지만 좌, 즉 같은 사회주의로부터의 도전으로 더 많은 고난을 겪어왔다.
「마르크스」가 가장 증오하고 투쟁한 상대는「스미드」나「리카도」등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이 아니고 오히려「프루동」이나「바쿠닌」등 함께 국제노동운동을 전개해온 사회주의자들이었다.
「마르크스」의 사후에 사회주의가 복잡하고 다양한 분기현상을 나타낸것 자체가 또한 마르크시즘의 결함을 입증한 것이다.
독일사회민주당을 중심으로하여「카우츠키」「베른슈타인」「룩셈부르크」등의「마르크스」후계자들이 나와 서로 자기가 정통파라고 주장하면서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마르크스」는 1818년에 태어나 65세되던 83년에 사망했다. 이것은 그가 서구에 산업혁명이 시작되어 완성되기까지의 전과정을 볼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영국의 자본주의 분석을 토대로 성립된「마르크스」경제학의 중요 결함중의 하나는 생산에서 기술이라는 요소를 간과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기술을 빼 놓고서는 경제사회는 물론 문화와 정치도 생각할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할때 그것은 더욱 큰 결함이라 아니할수 없다.
오늘날의 서구 고도산업사회를 배경으로 탄생된「마르크스」사상이 이른바 네오 마르크시즘이다.
이것은 현재의 후기 자본주의와 함께 마르크시즘과 공산주의까지도 모두 비판하고 있다.
「마르크스」자신도 19세기 영국·프랑스의 자본주의 경제와 민주주의 정치의 발전과정을 지켜보다가 말년에 이르러서는 혁명에 의하지 않고도 사회주의 개혁은 가능하다고 종래의 자기주장을 수정했다.
그만큼 그의 사상은 많은 허점과 결함을 스스로 내포하고 있었다.
따라서 최근 중공당기관지 인민일보가 1면 사설을 통해「마르크스」이론이 너무 낡았고 부적절하다』고 비판한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다만 모택동이 죽고 등소평체제가 들어서서 개방노선을 펴나가면서 자본주의경제를 과감히 도입하고 있는 이시점에서 비판했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다.
종래 중공의 정통적인 국가 이데올로기는「마르크스」·「레닌」주의와 모택동 사상이었다.
많은 사회주의 사상 가운데서도「마르크스」·「엥겔스」의 사상과「레닌」주의를 정통으로 받아들이고 이것을 중국의 현실에 맞게 수정한 것이 바로 모택동사상이다.
따라서 인민일보가「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한것은 모택동사상에 대한 비판이기도 한것이다.
등소평이 들어선 이후 중공은 이미 모택동사상과 그의 정치적 실적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과장되고 우상화된 모택동의 격하로 나타났다.
이번 인민일보 사설도 그런 작업의 일환이라 하겠다.
그러나 인민일보가『마르크스-레닌이론으로 풍요로운 현대사회의 삶을 정의하려는 것은 역사발전을 저해할 뿐』이며 『그 낡은 이론으로는 오늘날 중국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수 없다』고 강조한 것은 근대화에 몸부림치는 공산국가로서는 대담하면서도 정곡을 찌른 것이다.
이것은 중공뿐 아니라 오늘날근대화를 추진하는 모든 개도국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지적이다.
이번「마르크스」이론 비판은 모택동의 중공에 대한 철저한 재평가와 새로운 중공 사회주의의 이론화작업을 예고한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등소평사상에 의한 모택동사상의 대체로 나다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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