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변호사 시험 64명 중 63명 합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올해 졸업생 64명 중 63명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합격률 98.4%로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중 1위다. 2년 전엔 최하위권 21위였던 학교가 이렇게 바뀌었다. 바로 영남대 로스쿨이다. 비결이 뭘까. 금태환(62·사진) 원장은 “침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모두에게 심어준 게 전환의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다.

 그는 2012년 하반기 영남대 로스쿨 원장으로 부임했다. 이듬해 치른 시험에서 21위라는 결과가 나왔다.

 “성적표를 보니 이웃 일본의 로스쿨이 떠오르더군요. 일본에선 76개 로스쿨 중에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떨어지는 10여 곳이 퇴출됐습니다. 나머지도 녹록지 않아요. 상위 20~30%만 입학생 정원을 채우고 있습니다. 우리도 ‘성적 나쁜 학교’라는 평판이 굳어지기 전에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우선 교수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우리는 전통 있는 명문이 아니다. 더구나 지방대학이다. 이대로 가면 이렇게 된다.” 그러고서 보여준 게 영화 ‘타이타닉’에서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혀 침몰하는 장면이었다.

 금 원장은 교육 과정부터 손댔다. 졸업생을 상대로 강의 내용을 어떻게 바꿔야할지 물었다. 그래서 도출해낸 게 ‘실무적 교육’이었다고 한다.

 “그때까지 교수진은 예전처럼 법학 이론을 주로 가르쳤습니다. 변호사 시험 내용이 실무 위주로 바뀌었는데도 그랬죠. 시험 경향에 맞춰 고소장이나 변론요지서 작성 같은 걸 가르치도록 했습니다.”

 모의시험 횟수도 늘렸다. 학생들이 써낸 모의시험 답안지를 놓고서 교수들이 1대 1 개별지도를 했다. 학생들 희망에 따라 수면실과 샤워시설 등도 설치하는 등 공부하는 여건 역시 개선했다.

 영남대 로스쿨이 올해 합격률 1위를 차지한 데 대해 일부에서는 “사법시험에 1차 합격한 학생들을 데려갔기 때문에 합격률이 잘 나온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금 원장은 “1차 합격생들이 있지만 대부분 오래전에 붙은 뒤 2차에선 좋은 소식을 듣지 못했던 나이 많은 학생들”이라며 “교육 내용과 여건을 바꾼 효과로 인해 이들도 좋은 성적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 1위가 명문 로스쿨이 되기 위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며 “법조인으로서 바른 자세를 갖춘 인력을 키워내겠다”고 했다.

 금 원장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군법무관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한 뒤 2005년 영남대 법대 교수가 됐다.

경산=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