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 '맏언니' 박은선 "스페인전 끝나고 엉엉 울었다"

중앙일보

입력

"경기 끝나고 울었다. 엄청 좋아서 엉엉 울었다."

여자축구 대표팀 공격수 박은선(29·로시얀카)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은 18일(한국시간) 캐나다 오타와 랜즈다운 경기장에서 열린 E조 조별리그 3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한국은 1승1무1패(승점4)로 1위 브라질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월드컵 진출 12년 만에 이룬 성과다. 한국은 22일 오전 5시 F조 1위인 우승후보 프랑스와 몬트리올에서 경기를 펼친다.

지난 2003년 미국 월드컵에서 막내였던 박은선은 이번 월드컵에서 공격수 맏언니로 참가했다. 하지만 지난 1,2차전에서는 양 발목 부상으로 벤치를 지켰다. 남자 선수 못지 않는 피지컬을 자랑하는 박은선이 나오지 않아 축구 팬들은 많이 아쉬워했다. 윤덕여 감독은 박은선을 정말 중요한 경기에서 쓰려고 아꼈다. 그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활과 훈련을 병행시키며 상태를 지켜봤다. 그리고 1무1패로 몰리자 드디어 박은선 카드를 꺼내들었다.

역시나 박은선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후반 14분 유영아와 교체됐다. 하지만 스페인 선수들의 경계대상이 됐고, 다른 선수들의 공격 기회를 주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 전반 22분에는 상대 선수와 부딪혀 넘어지면서 한동안 발목을 붙잡고 고통스러워했지만 다시 일어나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다. 박은선은 "그 때 스페인 선수들이 자꾸 밀면서 파울을 했다. 밀려서 넘어지다보니 아팠는데 참고 뛰었다"며 "감독님이 제공권에서 많이 이겨야 한다고 했다. 볼을 많이 쥐고 있으면 포스트 플레이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스스로의 플레이를 '최악'이라고 표현했다. 박은선은 "오늘 플레이를 만족하지 못한다. 나만 놓고 보면 최악의 경기"였다며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동생들이 잘해줘서 이겼다. 정말 기특하고 예쁘다. 예뻐서 때려주고 싶은 정도"라고 웃었다.

박은선에겐 아직 한 경기가 더 남아있다. 아직도 골 욕심이 있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두 번이나 출전했지만 아직까지 골이 없는 게 스스로 아쉽다. 그렇지만 그는 "내가 안 넣어도 (조)소현이가 넣고, (김)수연이가 넣고 16강에 올라갔다. 난 이미 100% 만족한다"며 공격수 맏언니로서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오타와=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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