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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전시] 재즈처럼 만난 가구와 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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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이정섭 2인전 ‘극단의 극복-목수와 화가’

아무 것도 없는 풍경들이 모여 만든 풍경이다. 김태호 서울여대 교수의 ‘스케이프 드로잉(Scape Drawing)’. [사진 신세계갤러리]

안 그린 듯 그린 캔버스, 나뭇결이 살아 있는 목가구. 화가와 목수가 만났다. 서울 소공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12층 신세계갤러리에서 김태호·이정섭 2인전 ‘극단의 극복-목수와 화가’가 열린다. 화가 김태호(62) 서울여대 교수와 목수 이정섭(44) 내촌목공소 대표의 서양화·목가구 50여 점이 어우러졌다.

 김 교수는 ‘아무것도 없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 믿으며 여러 색을 겹쳐 칠한 캔버스를 전시장에 늘어놓았다. 바탕만 칠한 듯한 크고 작은 그림들은 벽에 걸리거나 땅에 뉘어 있거나 세워져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스케이프 드로잉’(Scape Drawing)이다.

조선시대 선비 가구를 연상케 하는 이정섭의 목가구. 목수 이정섭(왼쪽)과 화가 김태호가 함께 전시를 열었다.

 이 대표는 너도밤나무와 물푸레나무의 물성이 살아 있는 목가구로 전시장에 무게를 더했다. 예술의 허세에 매몰되지 않고 기능과 실용이라는 가구의 본질에 집중했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지만 집 짓고 가구 만드는 목수가 된 이 대표는 “가구는 불가피하게 타협적일 수밖에 없다. 테이블의 경우 항상 수평을 유지해야 하고, 네 다리는 견고하게 받쳐야 하며, 일정 정도의 두께를 가져야 한다는 등의 전제가 있다. 기능성과 실용성이라는 제약 속에서 확률적인 최선을 추구한 것”이라고 말한다.

 겉치레 없는 화가와 정직한 목수의 교우다. 열여덟 살 차이 나는 두 사람은 석 달 전 강원도 홍천 내촌목공소에서 밤새 통음하며 의기투합했다. “이 목수 작업실에 쌓인 커다란 목재와 도구에서 힘을 느꼈다. 안팎으로 늘어져 있는, 말하지 않는 것들의 말하는 듯한 모습에서 감동을 느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재즈 연주자들처럼, 각자의 작품을 갖고 별 상의 없이 즉흥적으로 전시해 보자. 둘이 한 공간에서 제대로 놀아보자’는 아이디어가 그 자리에서 나왔다. 목수는 “가구는 인간의 삶에 유용하다. 예술은 전혀 ‘유용’하지 않지만 숭고하다”고 말했고, 화가는 “나는 이 목수 뒤에서 잘 어우러지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 목수가 가구를 배치하고 나면 나는 그 뒤에 내 그림을 배치했다”고 화답했다. 무료. 7월 5일까지. 02-310-1922.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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