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가장 두려웠나 … 메르스 48% 광우병 23% 천안함 1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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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까지만 해도 메르스가 나와 상관없는 일 같았는데… 메르스 확진자와 의심환자가 늘어나니까 안전불감증이었던 저도 무섭네요.”(네이버 블로그, 아이디 jali***)

 “감기 기운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도 무섭네요. 다들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손 잘 씻고 건강관리 잘하세요.”(트위터, 아이디 daju***)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터넷 블로그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온통 메르스 얘기로 가득 찼다. 혹시나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언제쯤 사태가 진정될지에 관한 물음들이다. 메르스 사태가 한국인의 마음을 ‘두려움’이란 감정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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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가 다음소프트와 함께 트위터·블로그에 나타난 메르스 관련 감정들을 분석한 결과 두려움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 관련 감정은 ▶두려움(48.3%) ▶바람(16.8%) ▶분노(12.3%) ▶슬픔(8.0%) ▶기쁨(7.1%) ▶수치심(4.8%) ▶사랑(2.7%) 순으로 분포돼 있었다.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 비중(48%)은 분석 시점인 2008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지난 7년6개월간 벌어졌던 주요 사건에서 두려움의 평균 비중은 10%에 불과했다. 메르스 사태를 빼면 해당 기간에 한국인이 두려움을 가장 크게 느꼈던 사건은 2008년 광우병 파동이었다.

 하지만 광우병 파동 당시 두려움의 비중은 22.7%로 이번 메르스 사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때도 두려움의 비중은 20.1% 수준이었다. 김정일 사망(20.9%), 연평도 포격(18.8%), 천안함 침몰(15.8%) 등 북한 관련 이슈도 두려움의 비중이 메르스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메르스 사태는 역대 주요 사건을 압도할 정도로 두려움이 큰 사건으로 분석됐다. 회사원 강민주(31)씨는 “광우병이나 북한 관련 이슈는 나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느낌이 덜했다”며 “메르스의 경우 일상생활 속에서 나와 내 가족이 언제든 위험에 노출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트위터·블로그(5월 20일~6월 5일)에 언급된 메르스 연관 키워드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이 기간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연관 키워드는 ‘의심’(3만2250건)이었다. ‘공포’(1만 2275건), ‘위험’(1만2013건), ‘조심’(1만 774건), ‘거부’(1만 366건), ‘심각’(6115건) 등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두려움과 관련된 단어다.

 메르스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르스 발생 후 훈련을 연기하는 예비군이 급증해 전국 예비군 훈련장은 한산한 상태다. 서울 강남의 어학원이나 보습학원에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면서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곳까지 생겼다.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장은 “메르스에 대한 불안심리와 정부 대처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두려움으로 다가온 것”이라며 “‘나와 연관된 일’이란 인식이 강한 것이 과거 사건들과 다른 점”이라고 분석했다.

 ◆두려움 해마다 증가=한국인의 감정 중 두려움과 관련된 단어의 언급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로그·트위터상에 나타난 감성 연관어를 조사한 결과 두려움 연관어는 2008년 10만 건당 2056건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0년 2290건을 기록한 데 이어 2015년 2832건으로 7년 전보다 약 37%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소프트 신수정 과장은 “두려움 연관어는 사건·사고가 대형화되고 안전과 관련된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할 때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두려움 연관어는 8월에 유난히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월평균 두려움 연관어 언급은 10만 건당 2310건이었지만 8월은 2689건이었다. 신종플루 첫 사망자 발생(2009년), 서울 시내버스 폭발(2010년), 지하철 9호선 싱크홀 발생(2014년) 등 두려움을 자극하는 사건·사고가 8월에 집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별취재팀=정강현(팀장)·유성운·채윤경·손국희·조혜경·윤정민 기자 foneo@joongang.co.kr

중앙일보 창간 50주년 기획  ‘한국인의 마음’ 시리즈가 게재됩니다. 지난 7년6개월간 트위터·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통해 주요 사건과 인물에 따라 움직였던 한국 사회의 심리 변화를 추적합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함께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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