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담 연기한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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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이 23일 판문점에서 일어난 소련청년의 망명과 이를 계기로한 남북간의 총격사건등을 이유로 12월5일로 예정된 경제회담을 내년으로 미룬것은 도저히 납득할수 없는 일이다.
소련의 민간인 1명의 탈출로 우리겨레의 오랜 숙원인 민족사업이 방해되어야 한단말인가.
또 북한경비병들이 그 외국민간인 1명의 망명을 저지하기 위해 월선이 금지된 판문점 중앙분계선을 침범하고, 공격적인 발포가 금지된 구역에서 총격을 가한것등은모두 정전협정 위반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지난26일의 4백26차 군사정전위 본회의에서 이미 낙착되어 더이상 문제되지 않는것으로 되어 있었다.
더구나 북한측이 우리측의 도발로 그 사건이 일어난것으로 왜곡하면서 회담할 분위기가 안된다고 경제회담을 미룬것은 적반하장이 아닐수 없다.
우리정부는 북한측의 불법·만행에도 불구하고 문화교류를 제의, 대화의 확대를 요구했는데도 북한은 오히려 이미 열려있는 대화의 창구마저 막아버리려 하고있는 것이다.
아마도 평양에선 아직도 김정일일파의 좌익강경파가 우세하여 대화를 추진하려는 온건파를 압도하고있고,김일성은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망명사건직후 우리가 강조한 바와같이 민족문제의 해결을위한 남북한의 공동노력이 하찮은 외국인 사건으로 지연되거나 저해돼서는 안된다.
그것은 민족주체성의 관점으로 보나, 우리세대의 역사적 사명의식으로 보나 도저히 용납될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망명사건의 악영향이 적십자회담에까지 파급되는 사태는 결코 없어야 한다.
지금 남북간에는 기능이 중단된 남북조절위원회의 활동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회담·적십자회담이 열리고 있고, 곧 체육회담도 재개될 단계이며 문화교류회담도 그렇게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처럼 여러갈래로 갈라져 진행되는 남북대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키 위해 두가지 원칙을 제안코자 한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남북회담들은 비정치적인 기능분야의 대화다. 따라서 각기 그자체의 필요성과 독자성을 갖고 있고 또 가져야한다. 그 때문에 이들 회담이나 다른외부의 사태가 그 밖의 다른 회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즉 남북대화에 있어서는 연계작용(linkage)이 엄격히 배제돼야한다.
또 이 여러갈래의 회담을 통일적으로 관리하고 저해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보다 높은 문원의 기구,즉 과거의 남북조절위가 빨리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연계작용의 배제와 조절위 기능의회복은 현재의 회담을 성공으로 유도하고 앞으로 열릴 더 많은 남북회담을 성공시키는데 절대로 필요한 조건임을 확신하며, 따라서 이것이 남북의 회담 의해 조속히 합의·채택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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