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원등쌀에 길하나 못내는 지자제는 안됩니다"|의원삭 너무많으면 예산낭비|재정자립 못지않게 주민의식 수준이 중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고흥길차장=4년가까이 끌어오던지방자치제실시문제가 마침내 87년상반기 실시로 확정 되었읍니다. 가장큰 정치이슈였던 이 문제가 이렇게 타결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일부 국민들은 민정당이 12대총선거공약으로쓰려다 야당에 하도 몰리니까 할수없이 내놓은것 아니냐고 보는 것같은데.
▲권익현대표위원=야당의 촉구에 의해서라기 보다 당초부터 지자제실시는 우리 민정당의 최대당면과제였읍니다. 이미 제5공화국 헌법개정때부터 대통령단임제와 지자제실시는 우리당의 기본방침이자 의지였으며 사실 우려는 창당직후부터 이 문제를 계속 연구해 왔었다는것을 우선 밝혀야겠읍니다. 우리당의 고민은 실시 그 자체가 아니라「언제, 어떤 형태」로 하느냐가 최대 과제였읍니다.
특히 지난해 덕유산 당원수련대회에서 일선 당원들에 의해 이 문제가 강력하게 제기된 이래 우리당내에는 이 문제를 가부간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데 이미 컨센서스가 이뤄져 있었읍니다.
▲고=그러면 실시시기를 「87년 상반기」라고 결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저 막연하게 「대통령임기중」이라든가 「88올림픽개최이전」이라든지 아니면 「12대국회 임기후반」등으로 흐려놓으려 했었다는 얘기가 있던데….
▲권=솔직이 말해 우리당에는 87년과 91년의 두가지 안이 있었읍니다. 우리가 과거에 지자제를 실시했다가 결국 실패로 끝나 이제까지 중단해온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기위해서는 충분한 사전검토와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어떤일이 있어도 현대통령의 임기중에는 실시해야한다는 주장인데 결국 후자쪽을 택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앞에서도 말한대로 대통령단임제실천이라는 우리당의 확고한의지를 국민들에게 확신시키기 위해서는 5공화국 헌법의 양대지주라 할수있는 지자제를 현대통령임기중에 실시해야 한다는 점이 감안된 것이지요.
▲고=민정당이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지자제문제를 오래전부터 연구해왔다는 것을 아마 대다수 국민들은 잘 몰랐을 것입니다. 지난10월 국회대표연설에서 권대표께서 지자제실시를 위한 연구위원회를 총리산하에 두자고 제안했을때 야당에선 4년동안우리가 그렇게 주장해 왔는데 이제와서 연구위설치가 무슨 얘기냐고 비판이 굉장하지 않았읍니까?
▲권=사정을 몰라 나온 비판일것입니다. 그동안 내무부가 검토해온 내용을 살펴보니 하도 걸리는데가 많아 도저히 어느 특정부처에서 다룰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읍니다. 재무·농수산·상공·건설등관계부처와 연관된 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니고 정비해야할 법령도 수10건에 달하기때문에 국무총리산하에 본격적인 연구위를 설치해야 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고=총리산하에 설치된 위원회가 워낙 많으니까 지자제연구위도 「그중의 하나」가 될것이 아니냐고 해서 여당의 시간끌기작전이라고 보았던것 같습니다.
▲권=정말 우리의도와는 정반대의 오해입니다. 시간을 끌기위한것이 아니라 조기에 효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생각에서 설치하자는 겁니다. 내년1월 각계인사로 연구위가 구성되면 적극적으로 피치를 올리게 될것입니다.
야당일각에서 참여를 하지않겠다는 주장이 있는 모양이지만 야당이 반드시 연구위원으로 참여해야 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누가 연구위원이 되든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야 할것이고 야당이 참여를 하지않아도 야당의 견해는 충분히 반영될 것입니다.
물론 여야가 다같이 참여한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고=이번 실시시기를 둘러싸고 당정간의 협의과정에서 밤을 새우는등 심한 진통이 있었다고 들었읍니다. 내무부를 비롯한 행정부측 일각에서는 상당히 강경하게 반대의사를 보였었다죠.
▲권=매스컴에 보도된 내용보다는 진통이 심하지 않았읍니다. 물론 당과 정부간에 이문제에 대해 이견이 전혀 없을수는 없지만 .결국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가 아닙니까?
민정당의 총재가 행정부의 최고수반이고 국가원수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결론이 어떻게 나야하고 어떤 결론이 날 것이라는 것은 뻔하겠지요.
모든것을 완벽하게 잘 하려다보면그 정도의 산고는 있게 마련이지요. 결과가 좋지않습니까?
▲고=여야합의사항을 보면 우선 특별시·직할시·도단위중 적합한 일부지역부터 점차 확대실시한다고 되어있는데 과연 민정당의 복안은 무엇입니까?
▲권=합의사항 바로 그대로입니다. 우리의 현재 여건에서 동시에 시·도의원을 선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니 우선 몇군데 시범적으로 해놓고 점차 확대하자는것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곳은 없읍니다.
▲고=헌법에 「재정자립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토록 되어있으니 1차후보지는 역시 서울·부산등 재정자립도가 90%이상되는 대도시가 아니겠읍니까?
▲권=헌법에 명시된 재정자립도는 지자제실시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재정자립도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밖에도 주민의 자치역량, 지역의 특성,안보상황등 여러가지 고려사항이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지자제를 너무 획일적인 기준에 의해 실시하려다 보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고=물론 재정자립도 못지않게 국민들의 자치능력이랄까 정치의식수준이 지자제성패의 주요 요인이 된다는것은 국민들도 이해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너무 정부나 여당이 재정자립도를 강조해온 인상이 국민들에게 남아있는것 같습니다. 결국 중도폐지로 끝나긴 했지만 자치단체의 장까지 직선으로 뽑았던 60년도의 전국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불과 28%였던것을 감안하면 지금은 60%나되어 충분하다는 생각을 일부 갖고 있는것 같습니다.
▲권=재정자립도는 솔직이말해 상대적 개념입니다. 국세와 지방세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도 있지 않습니까? 지자제 성패의 열쇠는 역시 주민의 정치의식수준과 자치역량입니다.
지자제를 한다고해서 과열·타락선거현상이나 빚고 주민들간의 마찰이나 야기시킨다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따라서 6·25전란중에도 지자제를 실시했다는것이 결코 자랑만 될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모든 문제점을 사전에 보완해서 또다시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없어야 될 것입니다.
▲고=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지자제가 실시되면 지방의회 구성으로 인한 지방재정의 압박, 행정의 능률저하, 정치의 과열화등이 초래될 것이라고 그 역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데 이에대한 보완대책은 구상하고 계신지요.
▲권=당이 연구를 했지만 미리 내 개인의견이나 당의 방침을 밝히는 것은 현싯점에서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모든것을 총리산하의 연구위에서 검토하게될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지방의원선출이 씨족이나 지역간의 싸움이 되지 않도록 지나치게 선거구를 소단위화하는 것은 막고 직업적인 정치인보다는 유능하고도 참신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 허황된 민주주의의 원론토론장이 아니라 그 지방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따지고 토론하는 의회가 되었으면합니다. 물론 정당의 당적은 갖되 지위는 명예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의원이 이권에 개입하거나 인사청탁이나하여 지방의원 등쌀에 길하나 못내고 건물한채 헐지못하는과거와같은 비리는없어야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고=지방의원의 지위나 의회의기능을가급적 과거보다는 약화시켜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권=모든 일이 한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처음에는 너무 욕심을 내지말고 우리실정에 맞는 의회를 구성하자는 뜻입니다.
자유당시절에 고위관리를 지낸 어떤 분을 만나보니 의원수는 50명,회기는 1백일을 넘어서는 곤란하다고 하더군요.완전히 동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퍽 일리가있다고느꼈읍니다.
과거 서울시의 경우 법정회기는 90일이지만 위원회를 1백일이상 열어 사실상 시정이 마비되는 일을 겪지않았읍니까? 의원수도 너무 많으면 예산낭비와 함께 소선거구제의 도입이 불가피하게되니 연구위에서 이같은 모든 문제를 다 신중히 검토하리라고 믿습니다. 역사적 배경과 사회구조가 판이한우리가미국이나 영국식의 지방의회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특히 지방의회에 조례제정권이 있다고해서 모든것을 다하도록 해도 큰일일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이기는하지만 경기도의회가 서울시의 상수도에 수세를 물린다든지 지방세수입을늘린다고 골프장입장세를 터무니없이 올린다면 문제가 되겠지요.서울시민은 물도 경기도 물을 먹고 쓰레기도 경기도에 버리고 죽어서 결국 대부분 경기도에 묻히질 않습니까? 막상 실시를 하려하면 제기되는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고=이번 정기국회에선 더이상 지자제에 대해 야당과 재론하거나 야당제출 지자제법안을 다루지 않을생각이십니까?
▲권=3당3역간에 이미 실시시기를 확정한이상 모든것은 총리산하의 지자제연구위에서 해나갈 것으로 봅니다.
우리는 지자제를 야당과 약속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이것은 야당뿐아니라 어디까지나 국민에 대한 약속으로 생각합니다. 반드시 이행될것으로 확신하고 또 이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야가 대화를 통해 이룩한 11대국회의 최대작품인만큼 대화정치의 전통을 정착시킨다는 뜻에서라도 소중히 다루게될 것입니다.
▲고=앞으로 3년후에는 지자제를 반드시 실현한다는 말씀인데 다만 한국정치에 있어서 3년이 때로는 너무 길게 느껴질때가 없지않았지요. 장시간 감사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