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주식 주가, 이틀이면 반 토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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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 ‘가짜 백수오’ 사건이 처음 불거지자 백수오 제품을 생산하는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후 나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해 이 회사 주가는 8만6600원에서 4만5400원으로 반 토막 수준이 됐다. 그나마 시가총액의 절반이 증발하는 데 나흘이나 걸린 건 가격제한폭이 상하 15%(±15%)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폭이 ±30%였다면 주가가 반 토막 나는 덴 이틀밖에 안 걸린다. 주가가 10분의 1 아래로 떨어지는 데도 가격제한폭이 15%일 땐 15일 걸리지만 30%로 늘어나면 7일이면 된다.

 이런 변화가 오늘부터 현실이 된다. 주식·파생상품시장의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코스피 시장의 가격제한폭이 바뀌기는 17년 만이다. 그동안 코스피 시장에선 네 차례에 걸쳐 가격제한폭이 2~4%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이번처럼 한 번에 두 개가 되는 건 처음이다. 가격제한폭 확대를 놓고 증권가에서 여전히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시장의 효율성과 건전성이 개선될 것이란 효과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주가 변동성이 커져 소액 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론적으로 가격은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가격에 제한을 가하는 순간 시장엔 왜곡이 생긴다. 이는 작전 세력이 활개를 치게 만드는 온상이 된다. 가격제한폭이 좁을수록 증시 작전 세력에 이용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작전 세력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면 개인투자자가 루머와 분위기 등에 휩쓸려 추종 매수에 나서는 바람에 특별한 호재도 없이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한다. 가격제한폭에 근접할수록 가격제한폭이 자석처럼 투자자를 유인한다고 해서 ‘자석효과’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가격제한폭을 넓히면 작전이 힘들어진다.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리는 데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작전을 하려다 되레 역으로 공격당할 위험도 커진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그동안 가격제한폭 확대 후 하루 주가 변동성은 오히려 완화됐고 거래량은 소폭 늘었다. 가격제한폭이 ±8%인 기간에는 상·하한가 비중이 18.6%였지만 ±15%일 때는 8.2%로 줄었다. 그만큼 작전의 여지가 줄었다는 얘기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라 종목별 변동성 확대와 일부 투자자에 의한 일시적 가격 왜곡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변화의 초기에는 여러 제도적인 장치로 인해 변동성을 줄이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주식 투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시장은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거래소 시장처럼 유동 주식 수나 거래량이 많은 종목은 가격제한폭 확대가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가 몰리는 코스닥 중소형주는 거래량이 많지 않아 적은 물량으로도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 그 피해는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진우 연구원은 “현재의 가격제한폭 아래에서 코스피 대형주(시가총액 1~100위)는 1년에 한 차례라도 상한가를 기록할 가능성은 10% 이하, 하한가는 5% 이하다. 반면 코스피 소형주를 보면 상한가는 266%, 하한가는 70%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거래소시장에선 주가 변동성과 상·하한가 도달 빈도가 낮아진 만큼 가격제한폭 확대가 거래량 증가와 가격 발견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와 달리 중소형주와 코스닥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고 파생상품시장의 증거금 인상과 거래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안정화 장치 마련은 물론 대체거래소 조기 개장과 호가 단위 축소 같은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매매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김효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행동요령을 제시했다. 첫째는 소문을 믿지 말고 뉴스 공시와 기업 재무제표를 반드시 확인한다. 둘째는 증권사 주식 상담사, 회사 IR 담당자, 애널리스트의 투자 의견도 참고하라. 셋째는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우고 이를 반드시 지킨다. 넷째는 실수를 인정하고 손절매를 적기에 활용하라.

김창규·정선언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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