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서 사제, 아동 성희롱 뿌리 뽑히나

중앙일보

입력

2002년 미국 보스턴 교구의 존 지오간 신부은 미국 가톨릭을 뿌리 채 흔들었다. 10세 어린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10년 형을 선고 받는 과정에서 30년 간 130명의 어린이를 괴롭힌 사실이 드러나서다.

그러나 사건을 키운 인물 중엔 그가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그를 새로운 교구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만 대처했던 버나드 로 추기경도 있었다. 로 추기경은 그 해 초 “사제에 의한 아동 성범죄 대책을 199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며 “현장에서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해 말 자초지종이 분명해지자 보스턴 대주교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곤 “나의 부족함과 실수로 고통 받은 모두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탈리아 제노바의 한 교구에선 사제들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드 사진을 올렸는가 하면 동네 기혼녀에게 추파를 던지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고 또 동성애자 파트너와 술집을 경영하기도 했다. 12세 소녀를 성희롱한 전과자가 사제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24년 간 일해 온 마리오 올리베리 주교가 지나치게 관대했던 게 문제였다.

앞으론 이와 유사한 일들이 발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설령 발생해도 바티칸이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듯하다. 바티칸 신앙교리성 산하에 사제들의 아동 성범죄를 예방하지 못한 주교들을 조사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도록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10일 조치 덕분이다. 일종의 특별재판소를 신설한 게다.

바티칸 페데리코 롬바르디 대변인은 이날 “앞으로 바티칸이 자신의 교구에서 발생하는 아동 대상 성범죄를 예방하는데 소홀한 주교들을 다룰 수 있는 특별한 절차를 갖게 됐다”면서 “교회법에서는 이미 이런 절차의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5월 성범죄에 대한 불관용 입장을 천명했다. 이어 아동 성추행 피해자 6명을 직접 만났고 아동 성추행을 “신성 모독”에 비유했으며 두 차례 용서를 구했다. 그 중엔 “교회 지도자들이 (당신들의 얘기를) 태만히 한 죄”도 있었다.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조사관을 보내곤 했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특별재판소를 신설, 대처를 제도화한 것이다. 아동 성범죄 피해자 등이 속한 교황 자문위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라고 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개혁가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피해자 단체도 환영 입장을 밝혔다.

특별재판소는 미국의 션 오말리 추기경이 이끈다. 버나드 로 추기경 후임으로 보스턴 대주교로 부임해 그간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대처했던 인물이다.

◇교황을 70분 기다리게 한 푸틴=정상들과의 회동에 늦곤 해 '지각대장'으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회동에도 늦었다. 교황을 70분이나 기다리게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는 “이동할 때 차량이 많이 정체되면서 일정이 늦어진 것”이라며 “이동하는 내내 교황청에 우리의 상황을 얘기하고 협의했다”고 해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 교황과의 첫 회동에서도 50분 지각했었다. 푸틴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날 때도 40분 안팎 지각하곤 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회동엔 3시간 늦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서울=하선영 기자 ock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