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세계최고" 시설은 "영점"|금메달 보고 양궁 전용경기장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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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양궁이 세계정상을 자랑하면서도 전용경기장 하나갖지 못하고 있다. 86·88 두차례 큰행사에 앞서 명년10월 세계선수권대회를 서울에서 열게되었으나 육사연변장을 경기장으로 빌어 쓰기로 원칙을 결정해 놓았을 뿐이다.
양궁협회는 지방으로 옮길예정인 공사운동장에 전용경기장을 마련할 계획을 검토하다 소음과 주변경관 등 사정을 고려, 포기했다. 이에따라 새로운 후보지를 물색, 명년중 경기장 건립을 추진중이다.
현재 국내양궁경기는 주로 현대인력개발원(구 서울고교자리) 운동장에서 열리고 있는데 도심한복판에 위치하여 자동차소음과 배기가스가 선수들을 괴롭히고 지난번 종합선수권대회때는 최루탄가스까지 날아들어 경기진행에 큰 지장을 주었었다. 이런점을 고려, 양궁협회는 지난해부터 새 경기장을 교외에 세우려고 서울시당국과 교섭을 진행해왔으나 아직까지 후보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경기장으로 결정된 육사연변장의 경우 일반의 출입이 어려워 국내대회개최가 불가능한데다 연습장이 너무 좁고 멀다는 약점을 갖고있다.
또 양궁경기는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활을 쏘도록 되어있는데 이곳은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화살을 날릴수 밖에 없다. 물론 한계오차각도를 넘지는 않지만 해가 떠오르는 시간을 피해 상오 10시이후에 경기를 시작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국내 선수들에게 익숙지 못한 곳에서 대회를 열 경우 잇점이 없다는 것.
지난번 LA올림픽의 경우 엘도라도파크경기장은 바람때문에 외국선수들이 애를 먹는 반면 미국선수들은 여기에 잘 적응, 남자부서 호성적을 올렸다.
양궁경기장은 시설보다 위치와 환경, 공간면적의 확보가 더 중요하다.
김형탁 대표팀코치는 『제2회 아시아-오세아니아대회가 열렸던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 처치는 인구10만이 채안되는 조그마한 도시였다. 그러나 광대한 잔디발에 설치된 경기장의 환경과 규모에 놀랄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바람도 큰 문제.
전국가대표 박영숙선수는 『한국선수들이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서 가장 애를 먹는게 바람에 적응하는 일이다. 바람이 강하다해도 성격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한데 여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털어놓는다. 현재 국내의 학교운동장시설로는 이러한 훈련을 기대할 수는 없다.
또 같은 거리, 같은 규격이라고 해도 어려운 조건속에서 작성된 기록이 가치있는 것이다. 국내선수들이 해외원정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에 훨씬 미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수준높은 국내기록이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기위해선 무엇보다 조건이 갖추어진 경기장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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