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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3백%의 인플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1천3백% 인플레이션의 산술적인 계산을 한번 해보자.
가령, 50만원 봉급은 한달 지나면 그 절반이 수증기처럼 사라지고만다. 다시 한달 뒤엔 그 절반, 또 절반…, 결국 11개월 뒷면 10원의 가치밖엔 없다.
이것은 한가한 사람의 숫자놀이가 아니다. 이번 주 타임지에 소개된 이스라엘의 10월 경제동향이다.
이스라엘정부는 견디다 못해 구급책을 썼다. 물가·임금·이윤·세금의 동결<령을 내리고, 예산의 4%인 1억달러를 삭감했다.
그러나 백약도 별무 효과. 물가는 관리의 시선을 피해 여전히 치솟고 있으며, 기업은 기업대로 임금인상 압력을 이겨내지 못해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프리드먼」은 그의 명저 『선택의 자유』에서 인플레를「알콜중독자」에게 비유한 일이 있었다. 술을 계속 마셔대면 당장은 행복한것 같은데, 속으로는 곯는다. 금주를 단행하면 금단증상이 나타나 그 또한 견디기 어렵다.
그야말로 인플레는 망국의 병이다. 「프리드먼」교수는 1차대전 후의 러시아와 독일을 예로 들었다. 이들 나라는 하루 1백%씩 인플레가 진행되었다. 결국 러시아는 그 병으로 공산주의를, 독일은 나치즘을 불러들였다.
2차대전 후에도 인플레로 망한 나라들이 적지 않았다. 중국대륙의 초인플레는 모택동정권의 발판을 만들어주었다. 1954년 브라질의 1백%가 넘는 인플레는 군사정권을 탄생시켰다. 1973년 칠레의 「아옌데」정권, 76년 아르헨티나의 「이사벨·페론」정권을 붕괴시킨 것도 인플레이션이었다.
「프리드먼」의 인플레관은 좀 특이하다. 그는 『선택의 자유』에서 인플레를 「인쇄기적 현상」(a printing press phenomenon)이라고 표현했다.
정부는 마치 알콜중독자에게 술을 퍼주듯이 화폐 찍는 기계의 스위치를 누른다는 것이다.
인플레를 치료하는 명약은 따로없는것 같다. 그 나라의 목표와 이념이 서로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플레가 얼마나 가공할 결과를 가져오는가에 대한 이해는 똑바로 하고 있어야한다. 그것 이상의 예방책도 없다.
오늘 이스라엘의 정정이 모래 위의 누각처럼 불안하고, 사람들은 나라 바깥으로 뛰쳐나가려는 역엑서더스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플레는 애국심도, 도덕심도 마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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