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장탈영병 피해 민간인 보상|두 재판부 엇갈린 판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무장 탈영법의 총기난동은 지휘관의 직무상과실과 관계가 있으므로 피해민간인에 대한 보상은 국가가 책임져야한다』(서울고법 제1민사부).
『탈영법의 총기난동은 국가관리범위 밖에서 일어난 개인의 불법행위이므로 국가에 보상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서울고법 제4민사부).
11일 민간인 3명을 사살하고 군산에 잠입한 무장탈영병 2명이 종적을 감춘 가운데 무장탈영병이 총기를 난사(82년)했던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피해를 본 2명의 민간인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이 한 재판부는 피해자 승소로, 다른 재판부는 패소로 판결이 엇갈려 주목된다.
이로 인해 패소판결을 받은 민간인은 평생불구로 직장을 읾은 채 병고와 생활고에 시달리며 병원의 최종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82년9월15일 자정쯤 인천시 송림2동 무지개살롱에서 육군 모 부대를 탈영한 김성겸 하사(당시 20세)가 M-16자동소총을 난사,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총상을 입었다. 최영식씨(28·인천시 송현2동81)와 노계윤씨(24·여)는 당시 중상을 입은 민간인 피해자.
이들이 제기한 국가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노씨의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제1민사부(당시 재판장 김용준 부장판사)는 『일직사령 등 지휘관이 매우 위험한 총기관리를 잘못해 총과 실탄을 갖고 탈영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지휘관의 직무상 과실은 김 하사의 총기난동과 상당한 관계가 있으므로 국가는 노씨에게 2천9백 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최씨 사건을 담당한 서울고법 제4민사부(당시재판장 이한구 부장판사) 는 『김 하사의 총기난동사고는 국가관리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김 하사 개인의 불법행위일 뿐 군인의 직무와 관련해 일어났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최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탈영」과 「총기난동」등 범행주체에 대해서는 두 재판부가 모두 국가기관이 아닌 개인의 행위라는 데는 일치된 견해였으나 총기와 실탄이 부대 밖으로 반출된 부분에서 한쪽은 「지휘관의 관리잘못」을 들어 국가책임을 인정했고, 다른 한쪽은 「개인의 위법행위일 뿐」이란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1심 재판부(83년 11월·최씨=서울 민사지법합의 6부·당시 재판장 한경국 부장판사, 여씨=서울 민사지법합의 14부·정상학 부장판사) 는 『총기난동이 개인의 불법행위일 뿐 군인의 직무와 관련해 일어난 사고로 볼 수 없다』며 두 사람 모두에게 패소판결을 내렸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국가배상의 범위가 국민복지라는 측면에서 확대되어 가는 추세이고 범죄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까지 고려되는 만큼 언젠가는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쪽으로 굳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2심에서 패소한 최씨는 『병원치료비와 60만원쯤의 위자료를 군배상심의회로부터 받았으나 치료에 든 비용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면서 『상고심에서도 질 경우 반신불수의 몸으로 직장에서도 쫓겨나 앞으로 생계가 막연하다.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는가』고 호소하고 있다.
당시 최씨는 무지개살롱에서 술을 마시다 김 하사가 난사하는 M-16소총 1발을 오른쪽 배에 맞았다.
총알은 척추를 관통, 인천시립병원과 서울대병원에서 1년3개월 여 치료를 받았으나 오른쪽 다리가 마비돼 걸음을 걸을 수조차 없게됐다.
지금도 대소변을 받아내고 밥도 다른 사람이 떠 먹여 줘야하는 최씨는 『날벼락을 당하고 이렇게 힘든 송사를 해야하는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초조히 기다리고 있다.
군배상심의회로부터 치료비는 지급 받았지만 병원에 있는 동안 진 빚만 6백여 만원.
최씨는 월25만원씩의 봉급을 받던 인천제철에서도 쫓겨난 채 단칸 사글세방을 집주인의 배려로 월3만원씩에 살고있으나 최씨의 약값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부인은 두 살 된 딸을 업고 자유공원 등지를 돌아다니며 옥수수·파·배추행상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이만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